지평생각/정의(正義 )
그건 내 것이 아니야
지평견문
2013. 6. 13. 05:36
○ 그건 내 것이 아니야
후한(後漢) 때 시묘(時苗)라는 사람이 수춘(壽春)의 영(令)이 되어 부임할 때 암소 한 마리를 끌고 갔다. 임지에서 그 소가 새끼를
낳았는데 그가 임지를 떠나면서 송아지는 자기의 소유가 아니라며 그대로 두고 떠났다고 한다. 그가 설령 송아지를 같이 끌고 갔다고
한들 그를 탐학하다고 할 일은 없으련만 그는 그랬다.
우리가 어찌 시묘 같은 사람을 바랄까. 그저 맡은 일이나 잘해주면 그 뿐 따로 요구할 게 뭐 있나. 고양이는 쥐만 잘 잡으면 된다.
그게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그런데 생선 가게를 맡긴 것도 아닐 텐데 고양이는 잡으라는 쥐는 안 잡고 엉뚱한 것만 물어뜯는
다고 하지를 않나? 타의 모범을 보여야 할 사람들이 눈 먼 돈이라 하여 나랏돈을 함부로 쓴다지를 않나? 그걸 감시하라고 생긴 기관
에서는 그러한 것을 입증할 만한 자료를 도리어 없애려는데 분주하다고 하지를 않나? 이러한 가련한 사람들, 설마하니 시묘가 남겨
놓고 간 송아지가 있다면 그마저도 어떻게 하려고 드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
(* 2008년 11월 4일 용두팔 게시판에 올린 글을 약간 고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