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생각/정의(正義 )

사람과 잣나무 중 어느 것이 더 중한가?

지평견문 2013. 6. 16. 05:26

              〇 사람과 잣나무 중 어느 것이 더 중한가?

 

    최이(崔怡)는 최충헌(崔忠獻)의 아들로 아버지의 뒤를 이어 무신 정권의 최고 실력자가 되었다. 그는 몽고 병의 위협이 있게 되자

왕을 이끌고 강화도로 천도하였다. 그는 강화도에 자택을 신축하면서 군사들을 사역하여 개경에서 재목을 수송하고 소나무와 잣나무

따위를 다수 옮겨 후원에 심었다. 그의 동산은 넓이가 수십 리나 되었다고 하는데 물자를 배로 수송하는 과정에서 물에 빠져 죽은 사

람도 부지기수였다.

 

    그는 엄동설한에 문객인 장군 박승분 등을 시켜 강화로부터 2~3일 거리나 되는 안양산(安養山)에서 잣나무를 캐다가 후원에 심기

도 하였다. 그 과정에서 일군 중에 얼어 죽는 사람도 생기게 되자 지나는 길목의 사람들이 집을 버린 채 산으로 도피하는 실정이었다.

어떤 사람이 승평문(昇平門)에 방(榜)을 써 붙였는데 그 내용 중

 

    “사람과 잣나무가 어느 것이 더 중한가?”

 

라는 글귀가 있었다.

 

    사람과 잣나무, 사람과 재개발, 사람과 돈, 사람과 그 밖의 또 그 무엇, 그러한 것들 중 과연 사람보다 중한 것이 있을까? 그러나 그

럼에도 불구하고 황금만능주의 시대에 사람의 가치는 그 소중함을 날로 잃어가고 있다. 각종 물화를 교환할 수 있는 수단 앞에 인간의

존엄은 여지없이 무너져 내려가고만 있는 듯하다. 그래도 사람이 천지간에 삼재(三才 : 천지인)로 상존할 만큼 따뜻한 마음이 있는 한

그렇게 절망적이지만은 않을 것이다.

 

                 (* 2009년4월 8일 용두팔 게시판에 올린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