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생각/정의(正義 )

손오공을 통제하는 긴고주(緊箍咒)

지평견문 2013. 6. 22. 05:45

                     〇 손오공을 통제하는 긴고주(緊箍咒)

 

    서유기(西遊記)에서 재주꾼은 역시 손오공이다. 손오공은 현장법사를 모시고 다니며 온갖 역경 속에서 수많은 요괴를 물리치지만 자신은 결코 현장법사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한다. 그것은 현장법사에게 손오공을 제압하는 무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손오공은 이마에 금고(金箍)라는 갈고리 모양의 테를 두르고 있는데 바로 이게 현장법사가 손오공을 제압하는 장치이다. 만약 손오공이 말을 듣지 않는 경우 현장법사가 무슨 주문을 외우면 그 금고가 꽉 죄어져 손오공의 머리를 쥐어짜듯하게 된다. 그러면 손오공은 별 수 없이 현장법사의 말을 순순히 듣지 않을 수 없다. 이때 현장법사가 외우는 주문을 금고를 죄게 한다하여 긴고주(緊箍咒)라고 한다.

 

    요즈음 여당 측에 의해 방송언론의 통합 문제가 제기되어 나라 안을 시끄럽게 한다. 미네르바의 체포 및 구속도 어찌 보면 언론 장악과 무관하지 않은 듯싶다. YTN이나 KBS사태 등 일련의 언론에 대해 여당 측이 장악을 시도하는 것은 국민의 자유로운 언론활동을 상당히 제약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할 경우 일시적으로 그들 마음대로 할 수 있으니 좋을지 모르지만 결국 국민의 쓴 소리에 대해 애써 스스로 귀를 틀어막는 결과가 되어 나중에 큰 대가를 치를 수도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러운 게 사실이다. 이는 어떤 면에서 마치 현장법사가 긴고주를 통해 손오공을 통제하려는 행위와 매우 닮은꼴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여당이나 정부 측이 현장법사가 아니며 더군다나 국민은 손오공이 아니라는 점이다.

 

    내가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 하고 내가 하는 말만 따르도록 하게 하는 것을 좋아할 때 결과적으로 그 폐단이 작지 않았음은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조선시대에 언론기능을 담당하였던 삼사(사헌부, 사간원, 홍문관)의 역할이 중시되었던 것도 언론의 그러한 비판적 기능이 반드시 필요함을 인식하였기 때문이다.

 

    서둘러 무슨 업적을 이루려다 보면 졸속으로 인한 무리가 따르게 되고 그 후유증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남게 된다. 일은 시작이 반이라고 하니 시작하면 뭔가가 이루어지기야 하겠지만 잘된 좋은 시작이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아니함만 못한 결과를 가져오게 될 뿐이다. 일을 착수하기 전에 국민들의 견해를 제대로 들어보고 신뢰를 구축한 가운데 실행해야 크게 무리가 따르지 않을 것이다. 진정으로 국민을 섬겨야 할 존재라고 여긴다면 백날 립 서비스로 주장만 할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어떻게 하는 것이 참으로 국민을 제대로 섬기는 것인지 재삼 숙고하고 그들의 견해를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경청해보도록 해야 할 것이다.

 

                      (* 2009년 1월 13일 용두팔 게시판에 올린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