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생각/정의(正義 )

차라리 굶고 말지

지평견문 2013. 6. 24. 05:37

                     〇 차라리 굶고 말지

 

    뉴스를 보니 무료 급식을 받는 학생들에게 수치심을 유발하는 설문 조사를 하여 그들 중 상당수가 급식을 포기하였다고 한다. 그들은

차라리 굶을지언정 창피하거나 부끄러운 일을 겪고자 하지 않는 것이다. 당국에서는 마땅히 그러한 점에도 세심한 배려를 하여 그들이 마

땅히 급식을 수용할 수 있도록 충분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맹자》에 보면

 

    “한 그릇의 밥과 한 그릇의 국을 얻으면 살고 얻지 못하면 죽더라도 꾸짖으면서 주면 길을 지나가는 사람도 이를 받지 않고, 발로 차면

서 주면 걸인도 깨끗이 여기지 않는다.”

 

고 하여 하다못해 거지도 창피당하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한다고 했다. 그런데 감수성이 예민하여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청소년들에게 급

식을 준다는 명목으로 지나치게 행정 편의적으로 하게 되니 위와 같은 현상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정부는 가진 이들의 편에 서서 정책을 꾸리는 데 열중할 것이 아니라 좀 더 소외층에 대해 신경을 많이 써야 할 것이다. 부유층들이 누

리는 복락도 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노력과 짝해서 발생하는 결과물이지 홀로 창출한 것이 아니다. 그들이 부를 향유할 수 있는 것은 물

론 자신들의 노력이 뒷받침 되었겠지만 다른 사람들의 도움 없이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다. 다소 격차가 나는 현상이야 어쩔 수 없다

고 하지만 너무 지나친 불평등은 사회 불안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그것은 결과적으로 기득권층이 기왕에 누리는 부마저 불안하게 할 수 있

음을 인지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구제하는 데 각별히 힘써야 할 것이다.

 

        (* 2008년 12월 17일 용두팔 게시판에 올린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