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생각/정의(正義 )

임금의 한 마음

지평견문 2013. 6. 27. 05:25

                  ○ 임금의 한 마음

 

    세종이 승하하고 문종이 즉위하였다. 그 때 상례와 관련하여 불교적인 행사를 거창하게 하려는 문종에 대하여 신하들이 반대하고 나섰는데 그 말 중의 일부를 들면 다음과 같다.

 

    “신등이 생각하건대 인주(人主 : 임금)의 한 마음은 온갖 변화의 근원인지라 백성들의 휴척(休戚 : 편안함과 근심)과 국가의 안위(安危)가 한 가지 생각에 매어 있으니, 공경하고 소홀히 하는 사이에 심히 두려워할 바입니다.”

 

라 하고 있다(《문종실록》 즉위년 3월조).

 

    곧 인주일심(人主一心,)은 만화지원(萬化之源)이라는 것으로 임금이 마음을 어떻게 한 번 먹느냐에 따라 온갖 변화가 수반된다는 것이다. 전제 군주 시대와 여러 면에서 달라지기는 했지만 지금이라 해서 일국의 대통령이 행하는 일거수일투족이 중요치 않은 것은 아니다. 요즈음 대통령의 국민과의 소통 문제가 자주 거론되는 것 또한 그와 어느 정도 관련되어 있다 할 수 있다.

 

    똑같은 말이라도 일반인이 한 경우 그저 일시적이거나 어떤 제한적인 영역에 그 효과가 머무는데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누가 언제 어느 곳에서 하였느냐에 따라 그 파급효과는 천양지차로 달라질 수밖에 없게 된다. 더구나 권세나 영향력 면에서 막대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대통령을 비롯해 지도급 인사들이 그러한 것을 했을 경우 그건 완전히 차원이 달라지는 것이다. 그러니 그들이 어떤 마음을 품고 어떤 말과 행동을 하는가는 그저 아무 분별없이 막 해서 될 일이 아니다. 같은 사람의 말일지라도 그가 자연인으로 있을 때와 공직에 몸담고 있을 때 얼마든지 달리 적용될 수 있는 만큼 그야말로 신중에 신중을 더 하여 엷은 얼음을 밟듯 삼가고 돌다리를 두드려보고 아는 길도 물어가는 노고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 2009년 6월 18일 용두팔 게시판에 올린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