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침을 받는 대통령
〇 가르침을 받는 대통령
탕(湯)임금이 이윤(伊尹)에게 배운 이후에 신하를 삼았기 때문에 수고롭게 하지 않고 왕 노릇을 하였고, 환공(桓公)이 관중(管仲)에게 배운 이후에 신하를 삼았기 때문에 수고롭게 하지 않고 패자(覇者)가 되었다. 이제 천하가 토지도 비슷하고 덕(德)도 비슷하여 능히 서로 뛰어나지 못함은 다른 것이 아니다. 신하를 가르칠 바를 좋아하고 신하에게 가르침을 받는 바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 《맹자(孟子)》 공손추(公孫丑) 하(下)-
새 대통령이 취임한 지 불과 몇 달이 되지도 않았건만 여기저기서 우려하는 소리가 많이 들려온다. 심지어 한쪽에서는 벌써부터 탄핵이라는 말까지 나온다고 하니 심상치 않은 일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그 중에는 오해에서 비롯되어 표면화된 것도 있겠지만 대개 대통령의 거침없는 행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데는 별 이견이 없는 듯하다. 어쨌든 시비곡직을 논하기에 앞서 이러한 일들이 빈발한다는 그 자체가 분명 국가적으로 심히 불행한 일임에 틀림없다.
아마 모르기는 몰라도 위의 맹자의 말과 견주어 볼 때 어쩌면 그 안에 이에 대한 해답이 제시되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혹 대통령은 지나친 자신감(남이 볼 때는 교만이나 오만이 될 수도 있는)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배우려고 하기보다는 그들을 가르치려고 하는 데 치중하는 것은 아닐까?
대통령은 낮은 자세로 임하여 국민을 섬기겠다고 누차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을 가지고 볼 때 섬김을 받고 있다고 느끼는 국민은 정말 얼마나 될 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을 섬기겠다는 말, 얼마나 좋은 말인가? 어버이를 잘 모시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어버이의 생각이 어떤 지 여쭈어보지도 않고 무조건 내 방식으로 섬기기만 하면 과연 그것이 잘 섬기는 것인가? 그런 면에서 국민을 섬기는 일도 마찬가지다. 그들의 뜻을 헤아린 다음에야 비로소 잘 섬기는 방도도 그 안에 있게 될 것이다.
국민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고, 어디가 가려운지 잘 살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국민의 의사를 가감 없이 잘 전달해줄 측근이 필요하다. 그저 비위나 맞추려고 드는 사람들은 가급적 측근에서 배제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들은 한낱 이권에만 혈안이 된 경우가 많다. 자기 자신에게 설령 불리할 지라도 옳고 그름을 준거로 삼아 바른 말을 할 수 있는 측근이 진정으로 대통령은 물론 국가에 도움이 되는 인재일 터이다. 도덕성을 잃은 측근은 그 자체가 신뢰성 있는 정책을 펴기가 어렵다. 나와 가까운 사람 보다 국민의 정서와 가까운 이들을 기용하여 그들을 가르치기보다 그들에게 배우려고 할 때 진정 국민은 마음을 열고 신뢰하며 섬김에 대하여 그 진정성을 액면 그대로 인정하게 될 것이다.
(* 2008년 5월 7일 용두팔 게시판에 올린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