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시황의 거울
〇 진시황의 거울
진시황 때 사람의 마음을 비추어볼 수 있는 네모난 거울이 하나 있었다고 한다. 설마 그럴 수 있었겠는가마는 정말 그런 것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은 든다. 열 길 물속은 알기 쉬워도 한 치의 사람 마음은 알 수 없는 것이 아니던가.
누구에게서 인가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어떤 남자와 여자가 10년 전쯤 선을 보았다고 한다. 그 둘은 그 동안에 각각 좋은 배필을 만나고자 노력했을 것임은 물론이다. 그러나 어떠한 이유에서든 그들 모두는 적당한 배우자를 만나지 못했고 어쩌다 둘이 다시 만나게 되어 결혼을 하였다고 한다. 그럴 줄 미리 알았다면 10년 동안 헛수고(?)를 하지 않아도 되었을 터였다. 이를 보면 세상일이란 얼마나 얄궂은 것이던가? 진시황의 그 명경(明鏡) 만 있었어도 서로의 마음을 진작 헤아려 잃어버린 10년은 없었으련만. 하기는 시기에 따라 마음도 달라서 그리 되었을 테니 소용없었을 수도 있지만.
서울시 의회의 의장이 구속되고, 30여 명에 걸친 의원들이 뇌물을 받았다고 한다. 거기에 국회의원들까지 그 의장에게 후원금을 받았다고 하여 여러 모로 시끌벅적하다. 선거 때만이라도 국민들이 볼 수 있는 그런 명경이 하나쯤 있었으면 정말로 선량(選良)을 가리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텐데 말이다. 어차피 마음을 들여다 볼만한 그런 거울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그대로 방치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이 아니 딱한가. 천상 진시황의 거울에 견줄 만한 심경(心鏡)이라도 스스로 갈고 닦아야 할 것이다. 자꾸 조절을 하며 비추다 보면 그래도 세상을 가늠할 수 있는 눈이 조금은 뜨이게 되지 않을까 싶다.
우선 나 자신부터 잘못된 관행에서 벗어나고, 가족이나 친구들부터 동악상제(同惡相濟 : 같이 악행을 저지르며 서로 구제하는 일)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제까지의 경험상 내가 아는 사람들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개 선류(善類)인 것 같아 보인다. 그렇다고 보면 다른 사람들의 동류들 역시 또한 그렇다고 여기지 않겠는가? 같은 일을 해도 주위 사람이 하는 것은 괜찮아 보이고 모르는 사람들이 할 경우 색안경을 끼고 보게 됨으로써 같은 사안임에도 그에 대한 적용이랄까 판단의 형평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으니 말이다. 이런 따위가 다반사가 되면 각 부류간의 성향이 갈리고 당파성으로 고착하게 될 터이다.
사람의 마음을 비추어보는 명경, 나 자신부터 제대로 살펴볼 수 있을 때 남에게도 감히 비추어볼 엄두를 낼 수 있게 될 것이다. 가까운 내 가족, 친지, 친구들을 제대로 볼 수 있을 때 그 밖의 사람들도 온전히 바라볼 수 있게 되리라. 자신에 대한 철저한 반성은 기본이고, 사랑스런 가까운 이들을 충고하는 마음을 아끼지 않는 데서 사회악이 자라지 않게 될 것이다. 알고 보면 30여 명의 문제 있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우리들과 크게 다른 별종은 아닐 테니, 내가 아니라고 해서 범범히 넘어갈 일이 아니다.
(* 2008년 7월 22일 용두팔 게시판에 올린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