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생각/정의(正義 )

너무 빨라서 문제

지평견문 2013. 7. 10. 05:33

              〇 너무 빨라서 문제

 

    《신당서(新唐書)》 고지주전(高智周傳)에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빨리 오르면 넘어지기 쉽고, 서서히 나아가는 자는 근심이 적으니 하늘의 도리이다.”[속등자이전(速登者易顚), 서진자소환(徐進者少患), 천도야(天道也)]

 

    일에는 순서와 절차라는 게 있다. 어떤 일정한 공정을 거쳐야 할 일은 그대로 정해진 순서에 입각하여 시행할 때 최상의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급한 나머지 서둘러 일을 이루려고 하다보면 무리가 따르기 마련이다. 성수대교가 끊어지고 삼풍백화점이 무너졌던 것은 바로 마땅히 지킬 그러한 것들을 무시한 데서 말미암았던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아직까지도 매듭이 풀리지 않은 현 정국의 사태도 어찌 보면 정부 측의 너무 성급한 태도에서 비롯되었다. 결과에 대한 지나친 집착이 과정을 생략하고 뛰어 넘어 서두른 데서 국민을 설득하거나 이해시키는 데 실패한 탓이라 할 수 있다. 아무리 공약을 내세웠던 것이라 하더라도 대다수 국민들이 원하지 않으면 충분한 대화와 토론을 거쳐 지속할 것과 수정 보완할 부분들을 검토하는 게 순서라 할 수 있다. 그런 다음에 일을 추진해도 늦지 않으련만 빠른 시일 내에 눈에 보이는 성과를 이루려다 도리어 천천히 한 것만도 못한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다.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대국민 신뢰의 회복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다소 답답하고 지루하게 여겨질지라도 하고자 하는 일들을 하나 둘 다시 되짚어보면서 철저를 기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검찰이 특정 회사에 고소를 종용하는 따위의 시대착오적 행태를 보여서야 되겠는가?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것은 스스로 국민의 소리에 눈을 감고 귀를 틀어막는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은 스스로 멸망의 구렁텅이로 향해 가는 것임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2008년 7월 17일 용두팔 게시판에 올린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