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과 행복

무엇이 잘못인가?

지평견문 2013. 11. 28. 05:52

무엇이 잘못인가?

 

십청헌(十淸軒) 김세필(金世弼)은 조선 초기의 사람으로 지금 법무부 장관격인 형조판서를 지낸 인물이다. 그가 임금에게 강의하는 경연(經筵)에 입시하여 논어(論語)를 강독하던 중에 허물이 있으면 고치기를 꺼리지 말라[과즉물탄개(過則勿憚改)]’는 대목에 이르러 글을 지어 아뢴 내용 중 일부는 다음과 같다.

 

사람은 허물이 없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허물이 있음을 알면 이를 깨달아 속히 고치는 데에 용감하여야 충후(忠厚)한 군자(君子)가 되는 것입니다. 만일 허물을 고치는 데에 인색하여 착한 데로 옮아가지 않으면 마침내 자포자기하는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그런 까닭에 공자께서 허물이 있으면 고치기를 꺼리지 말라고 하였고, 허물이 있는 데도 고치지 아니하면 바로 그것이 허물이라고 하였던 것입니다.”

 

잘못, 실수 따위는 인간인 이상 누구나 범할 수 있다. 문제는 그것이 잘못인줄 알면서도 고치지 않음으로써 똑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는 데 있다. 잘못을 하지 않는 것이 일차적으로 중요한 게 사실이지만 일단 잘못을 범하였을 때는 이를 깨닫고 다시는 그런 잘못을 범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사람들은 흔히 한번 잘못을 범하면 이미 버린 몸이라 여겨 과거에 힘써 노력하던 것마저 팽개쳐 버리고 다시는 주의를 기우리지 않는 경우가 많은 데 그것이야말로 큰 잘못이 아닐 수 없다. 이왕 잘못한 것이야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앞으로라도 더욱 분발하여 잘못을 범하지 않도록 한다면 오히려 그 잘못이 올바로 살아가는 데 큰 디딤돌이 되어줄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건강 문제에 국한해 보아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제 필자 정도의 지천명의 나이가 되기에 이르면 대개 크고 작은 병 하나쯤 앓아본 경험이 있게 마련이다. 설령 그 동안 건강하게 잘 지내왔다고 해도 앞으로 과연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 지도 장담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친구 간에 이러저러한 일로 만나게 되면 먼저 물어보는 게 건강이고 모여서 나누는 대화의 화두도 단연 건강에 대한 것이 단골 메뉴로 등장하게 된다.

 

2년마다 건강검진을 습관처럼 하게 되지만 이제 거기에 위내시경이나 대장암 검사도 곁들이도록 권장 받게 됨도 세월이 가져다주는 덤이다. 몸에 병이 드는 것이 잘못은 아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잘못된 습관이나 운동 부족, 식사 따위에서 비롯되는 것들이 많다. 그러한 검사를 통해서 우리는 뒤늦게나마 과거의 잘못된 습관들을 어쩔 수 없이 수긍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알고 했건 아니면 부지불식간에 그랬건 우리는 과거의 잘못된 습관들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지난날의 그릇된 습관들에 대해서 모른다면 모를까 이제 알게 된 이후에는 뭔가 변화가 있어야 한다. 과거의 잘못된 것을 똑같이 반복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위이다. 이미 지난 일이야 거슬러 올라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는 자신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상당 부분 달라질 수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있지만 소를 잃은 이후라도 외양간은 고쳐야 한다. 이왕의 잘못된 것에 낙담만 할 게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반면교사로 삼아 고쳐나간다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 잘못된 것을 그대로 방치해두게 되면 그 자체는 손실로만 기억되겠지만 그것을 기화로 더 조심하고 새롭게 대처하다보면 적게는 현상 유지라도 할 수 있고 크게는 보다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이 자각하고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사실이다. 무엇보다 건강 문제는 주변인이 어느 정도 도와주거나 그저 안타까워할 수 있을지언정 온전히 본인의 노력여하가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음은 재론할 여지가 없다. 항상 잘못을 하지 않도록 신경을 쓰되 혹 잘못 된 이후라도 좌절하거나 낙담하지 말고 잘못을 되풀이하는 일이 없도록 노력하는 일을 그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건강과 행복201212월호(단국대학교 병원 잡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