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심(詩心)/한국의 시
만들 수만 있다면 : 도종환
지평견문
2013. 12. 10. 08:54
< 만들 수만 있다면 > : 도종환
만들 수만 있다면
아름다운 ...
기억만을 만들며 삽시다
남길 수만 있다면
부끄럽지 않은
기억만을 남기며 삽시다
가슴이 성에 낀 듯
시리고 외로웠던 뒤에도
당신은
차고 깨끗했습니다
무참히 짓밟히고
으깨어진 뒤에도
당신은
오히려 당당했습니다
사나운 바람 속에서
풀잎처럼 쓰러졌다가도
우두둑 우두둑 다시 일어섰습니다
꽃 피던 시절의
짧은 기쁨보다
꽃 지고
서리 내린 뒤의
오랜 황량함 속에서
당신과 나는
가만히 손을 잡고 마주서서
적막한 한세상을 살았습니다
돌아서
뉘우치지 맙시다
밤이 가고
새벽이 온 뒤에도 후회하지 맙시다
만들 수만 있다면
아름다운 기억만을 만들며 삽시다
만들 수만 있다면
아름다운 ...
기억만을 만들며 삽시다
남길 수만 있다면
부끄럽지 않은
기억만을 남기며 삽시다
가슴이 성에 낀 듯
시리고 외로웠던 뒤에도
당신은
차고 깨끗했습니다
무참히 짓밟히고
으깨어진 뒤에도
당신은
오히려 당당했습니다
사나운 바람 속에서
풀잎처럼 쓰러졌다가도
우두둑 우두둑 다시 일어섰습니다
꽃 피던 시절의
짧은 기쁨보다
꽃 지고
서리 내린 뒤의
오랜 황량함 속에서
당신과 나는
가만히 손을 잡고 마주서서
적막한 한세상을 살았습니다
돌아서
뉘우치지 맙시다
밤이 가고
새벽이 온 뒤에도 후회하지 맙시다
만들 수만 있다면
아름다운 기억만을 만들며 삽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