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을 보는 남자
◯ 거울을 보는 남자
《신당서(新唐書)》 위징전(魏徵傳)에는 당 태종(唐太宗)과 그의 거울에 대한 일화가 하나 소개되어 있다.
중국에서 태평시대로 일컬어지는 요순(堯舜)시대는 다분히 전설적 위치에 놓여있다고 할 만큼 아직 역사적 사실로 확인된 게 미흡한 편이다. 반면에 당 태종의 경우는 그 실상이 많이 알려져 있다. 그는 우리와는 다분히 악연이 있다고도 할 수 있는데 그의 고구려 정벌이 그것이다. 당시 그는 안시성을 방어하던 고구려의 양만춘 장군에게 화살을 맞아 실명했다는 야사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태종은 그가 집권하는 과정에서 형제간의 골육상쟁을 겪는 등 다소 문제가 없지 않았지만 일단 황제가 된 다음에 대단히 정치를 잘 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정관(貞觀)의 치(治)라는 말은 그의 치세 기간을 미화하여 이르는 말이다. 그는 중국 역사상 명군주의 반열에 속하는 인물의 하나였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그가 저절로 명군주가 되었던 것은 아니다. 그는 신하들의 간(諫)하는 말을 잘 받아들였을 뿐 아니라 스스로를 잘 돌아본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한 것들과 관련하여 그가 지니고 있었다는 세 개의 거울 이야기는 지금 세상에 있어서도 새겨들을 만한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하겠다.
그러면 그가 가지고 있었다는 세 개의 거울이 어떠하였기에 지금까지 미담으로 전해오는 지 살펴보도록 하자.
태종이 가지고 있던 거울 중 하나는 동경(銅鏡), 즉 구리거울이었다. 그 자체로 보아 특별할 것도 없겠지만 그는 구리거울을 중요한 거울의 한 품목으로 제시했다. 그는 그 거울을 통해 자신의 의관을 바로잡는 데 사용했다고 한다. 이것은 우리가 거울을 보며 옷매무새를 살펴보는 것과 특별히 다를 바 없으니 뭐 새로울 것도 없는 셈이다.
그런데 태종은 이 구리거울 뿐 아니라 두 개의 거울이 또 있었다는 것인데 그 하나가 역사로서의 거울이었다. 구리거울이 자신의 겉모습을 치장하거나 살피는 데 필요했다면 역사의 거울을 통해 한 나라의 흥망성쇠에 대하여 알 수 있었던 것이다. 지난날의 역사는 단순한 과거로서의 이야기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또 다시 과거의 역사가 되고 말 당시의 역사에 훌륭한 거울로서의 기능을 하게 된다. 그는 전 시대의 역사들을 자신의 통치에 반면교사로 삼았던 것이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이랄까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정신을 그는 역사의 거울을 통해 학습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은(殷)나라의 거울은 먼데 있지 않으니 하(夏)나라 임금의 세상에 있다[殷鑑不遠 在夏后之世]’고 한 은감불원(殷鑑不遠)과 같은 거울을 태종은 분명히 자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에게 있어 역사의 거울은 당시를 살아가는 데 지침이었던 동시에 미래를 창출하는 지렛대로 활용되었던 것이다.
그러면 끝으로 태종의 세 번째 거울은 무엇이었을까? 그의 구리거울, 역사의 거울 못지않게 그에게 중요한 거울은 사람 거울이었다. 그는 사람으로 거울을 삼아 일의 득실을 밝힐 수 있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그에게는 바른 말로 잘 간하기로 유명한 위징(魏徵)이라는 훌륭한 신하가 있었다. 위징이 죽은 뒤에 당태종은 ‘거울 하나를 잃었다’고 한탄하였던 것만을 보아도 그에게 사람 거울이 얼마나 절실했던가를 알 수 있다. 그가 고구려 원정에 실패하였을 때 그는 ‘만약 위징이 살아있었다면 자기로 하여금 그러한 무모한 전쟁은 일으키지 않게 했을 것’이라며 위징의 부재를 한스러워했다는 일화가 전한다.
이렇듯 당 태종이 명군이 되는 데는 여러 거울을 통해 자신의 잘못을 돌아볼 줄 아는 성품에 기인하는 면이 적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건강에 있어서도 우리는 나름대로 거울을 필요로 한다. 가족의 병력은 우리 자신이 무엇을 더욱 조심해야 될 지를 알게 해준다. 다른 사람들의 건강 여부 또한 그들을 관찰함으로써 타산지석으로 삼을 수 있으니 그들이 곧 우리의 건강을 지키는 데 거울이 되어주기에 충분하다. 자신을 스스로 돌아본다거나 건강검진을 통해 드러난 건강상태 따위는 우리가 우리의 건강을 들여다볼 수 있는 거울들이다. 거울 속에 드러난 자신의 내적 외적 건강 여부를 체크해서 그것을 어떻게 잘 관리, 또는 개선하거나 지키는 일 등은 모두 하나 같이 소홀히 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자, 그럼 지금부터라도 각자 자기 자신의 거울을 가만히 잘 들여다보도록 하자.
《건강과 행복》 2013년 3월호(단국대학교 병원 잡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