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견문 2014. 10. 28. 08:47

 

최근 담배 값을 올린다고 하여 세간에 자못 시끄러운바 되었다. 나야 담배를 피우지 않으니 별로 상관이 없다고 여겨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석연치 않다고 여겨짐은 속일 수 없는 사실이다. 예컨대 담배 값을 올리는 것이 금연자를 늘리기 위해서, 즉 국민 건강을 위해서라는 설명이 그렇다. 정말 국민 건강 때문에 담배 값을 올리는 것일까? 누가 보기에도 그것은 역시 세수 증대를 꾀하기 위한 방안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담배 값을 올리면서 국민 건강을 위해서라는 설명은 아무래도 구차해 보인다. 일국의 정책을 시행하면서 이토록 옹색한 이유를 대는 게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

 

하여간 조금 이야기는 다를지 모르지만 나는 왠지 애연가들이 마치 다음 우화에 등장하는 그 경우에 해당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성문실화 앙급지어(城門失火殃及池魚)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까닭 없이 화()를 입는 일을 비유할 때 쓰이는 말이다. 춘추시대 송()나라의 성문에 불이 났다고 한다. 이 불을 급히 끄기 위해서 성 밖의 못물을 퍼다 가 썼던 모양이다. 그러자 못 물이 마를 수밖에 없고 거기에 있던 물고기가 말라 죽었다는 것이다.

 

세금을 증액하지 않고 복지를 확대하겠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모순이다. 세수가 적으면 쓸 돈이 부족한 것은 불문가지라 할 수 있다. 그러니 적은 돈을 어디에선가 벌충하지 않으면 안 되게끔 되었을 터였다. 그래서 자구책으로 모색된 것 중의 하나가 담배 값이라도 올려보자는 생각을 쉽게 했을 가능성이 크다. 성문에 불이 나자 연못의 물고기들에게 재앙이 미치듯 애연가들은 무슨 영문인지도 모르고 얼결에 큰 부담을 떠안게 된 것은 아닐까?

 

나는 많은 사람들이 금연을 실시하여 건강을 챙기기를 원하지만 이런 식으로 국민을 기만하는 것은 썩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정말 국민 건강을 생각한다면 담배를 끊는 사람들에게 일정한 혜택을 주는 제도를 도입하면 오히려 더 효과가 있을 것이고 그럴 때는 정말 그것이야말로 국민 건강을 위한 정책이라 인정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