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생각/페이스북의 글
야율을신의 해를 먹는 꿈
지평견문
2015. 4. 8. 09:30
《요사(遼史)》 야율을신전(耶律乙辛傳)에 보면 을신은 어려서부터 지혜롭고 영특하였다고 한다.
일찍이 양(羊)을 치는데 날이 저물 무렵 그의 아버지가 보니 을신이 깊이 잠들었다. 아버지가 그를
건드려 깨우니 을신이 화를 내면서 말하기를,
“어째 갑작스럽게 저를 놀래키십니까? 마침 꿈속의 사람이 손으로 해와 달을 잡아 저에게 먹이기에
저는 이미 달을 먹었고, 해를 먹다가 반쯤에 이르렀는데 깨었으니 (참으로) 다 먹지 못한 게 아쉽단
말입니다.”
하기야 그 정도였다면 누구라도 화가 날 법 하지 않았겠는가? 달달하게 달을 먹고 이제 해까지 막
다 해치울 판이었는데 중도에 꿈을 깼으니 다시 꿈을 꾸어 먹는다는 보장도 없고...
양의 해에 양치기 소년 야율을신의 하찮은 듯한 꿈 이야기를 한다 해서 양해 못하실 분들은 딱히 없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