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견문 2015. 4. 12. 07:00

오대 후주(後周) 세종(世宗) 때 서상합문사(西上閤門使) 조빈(趙彬)이 오월(吳越)에 사자로 갔다가 돌아오는데 오월인들이 먹을 것과 준 것을 받지 않았다. 그러자 오월인들이 가벼운 배로 그를 뒤쫓아 와서 그러한 것을 주기를 수차례에 이르게 되니 마침내 조빈이 말하였다.

 

내가 끝내 받지 않으면 이는 명예를 도둑질하는 것이다.”

 

라고 하면서 그 수량을 다 적어가지고 돌아와서 세종에게 이를 바쳤다. 그러자 세종이 말하기를,

 

과거에 사명(使命)을 받들었던 사람들은 비럭질하면서도 만족하지 않아서 사방으로 하여금 조정의 명령을 가볍게 보도록 하였다. (이제) 경이 이와 같이 하였으니 아주 훌륭하지만 그러나 저들이 경에게 남겨준 것은 경이 스스로 그것을 가지시오.”

 

라 하였다. 조빈이 비로소 그것을 절하고 받았으며, 모두 가까이 아는 사람들에게 흩어서 주었고, 집안에는 남긴 것이 없었다고 한다.

(* 권중달 교수의 자치통감번역문 중)

 

최근 한 기업인이 자살하면서 남긴 메모지를 통해 그에게 돈 받은 사람들의 명단이 공개되었다. 그에게 돈을 받았다고 거론된 사람들은 하나 같이 그런 사실이 없다고 극구 해명하며 손사래를 치고 있다. 과연 그들은 조빈에게 부끄럽지 않을 만큼 자신이 있는가?

 

증자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새는 죽게 되면 그 소리가 애달프고, 사람은 죽게 되면 그 말이 착하다.”

 

적어도 자살하면서 남긴 문구에 구태여 거짓말을 할 것 같지는 않은 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