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소월 주으린 새무리는 마른 나무의 해지는 가지에서 재갈이던 때. 온종일 흐르던 물 그도 곤(困)하여 놀지는 골짜기에 목이 메던 때. 그 누가 알았으랴 한쪽 구름도 걸려서 흐느끼는 외로운 영(嶺)을 숨차게 올라서는 여윈 길손이 달고 쓴 맛이라면 다 겪은 줄을. 그곳이 어디드냐 남이장군(南怡將軍)이 말 먹여 물 찌었던 푸른 강(江)물이 지금에 다시 흘러 둑을 넘치는 천백리(千百里) 두만강(豆滿江)이 예서 백십리(百十里). 무산(茂山)의 큰 고개가 예가 아니냐 누구나 예로부터 의(義)를 위하여 싸우다 못 이기면 몸을 숨겨서 한때의 못난이가 되는 법이라. 그 누가 생각하랴 삼백년래(三百年來)에 참아 받지 다 못할 한(恨)과 모욕(侮辱)을 못 이겨 칼을 잡고 일어섰다가 인력(人力)의 다함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