〇 쇠뿔에 책을 건 이밀
수(隋)나라 말기에 이밀(李密)이라는 사람은 한서(漢書) 한 권을 쇠뿔에 건 채 소를 타고 가면서 이를 읽었다고 한다. 쇠뿔에 책을 걸었다하여 ‘우각괘서(牛角掛書)’라고 한다. 그래서 우각괘서라 하면 열심히 공부함을 비유하는 말로 쓰게 되었다.
지금이야 소를 타고 다닐 일이 없으니 쇠뿔에 책을 걸 일은 없겠지만 그 말이나 정신이야말로 족히 귀감으로 삼을 만하다 하겠다. 별 일이 없는 한 보통 한 달에 한 차례 정도 유도회 사람들과 함께 답사를 다니곤 하는데 그들은 보통 배낭에 책 한 권씩은 가지고 다니는 편이다. 그 중 칠순이 거의 다 된 분이 계신데 지하철에서도 늘 책읽기를 즐기신다. 연로한 연배에도 삼수 만에 유도회 장학생반에 합격하여 공부하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는데 그러한 것을 보면 장소나 나이도 결코 공부하는 데는 장애가 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다만 스스로 ‘나는 이제 늦었다고’고 생각하는 스스로의 장벽이 있을 뿐이다.
취미를 독서라고 하는 사람이 많이 있는데 독서는 이제 취미가 아니라 어느 면에서는 생활이어야 한다. 중산이 내게 ‘관계’라는 책을 읽어보면 좋겠다고 추천해준 일이 있는데 얼마나 좋은 일인가. 살다보면 이래저래 선물을 받는 경우가 있지만 그 중 역시 제일 즐거운 선물 중의 하나가 바로 책이 아닌가 싶다. 산에 갈 때나 낚시 갈 때 책 한 권 챙기는 여유는 인생을 보다 넉넉하게 하는 비밀의 열쇠가 될 수 있다.
눈이 더 나빠지기 전에 책을 눈에 걸어보라. 그것이 자양분이 되어 온 몸에 퍼지면 가까이는 가족 친구 등에게 감전시킬 만큼 찌릿찌릿한 그 뭔가가 생기게 될 것이다. 시험해보고 안 되거든 나를 책(責)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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