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향에서 맞이한 장마 소식 >
고귀오(高貴吾) 포곡(布穀)포곡 뭇새들 울어대니
이곳이 어드멘가 내고향 분명코나
가뭄끝 장마라한들 지나치진 마소서
고귀오(高貴吾)는 닭울음 소리, 포곡(布穀)은 뻐꾸기 소리입니다. 모처럼 고향 집에서 하루를 묵었습니다. 아침나절 아직 해뜨기 전 미명에 게으른 농부 재촉하듯 이들이 울어대니 저절로 어린 시절의 회상에 잠겨 봅니다. 굴렁쇠를 굴리거나 구슬치기를 하며 같이 뛰어놀던 친구들은 거개가 다 도회지로 나가 있고, 이제 손가락을 꼽을 만큼 그저 몇 명만이 고향을 지키고 있습니다. 여명을 깨우는 닭이나 뻐꾸기가 비록 어린 시절의 그 새는 아닐지라도 역시 소리만큼은 그 시절을 연상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목청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오랜 가뭄 끝에 이제 곧 장마가 온다고 하니 단비임에는 분명하나 이제 또 오히려 너무 지나치게 많이 내려 피해보는 일이 생길까 걱정입니다. 아무쪼록 오시는 비님은 적당히 대지를 적시어 과유불급(過猶不及)의 중용에 어긋나지 않게 되어주기를 내심 기대해 봅니다.
* 시골 안 마당에 있는 능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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