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심(詩心)/한국의 시

첫 걸음 / 오석균

지평견문 2017. 7. 2. 17:40

-  「첫 걸음」 / - 오석균


걷는다는 것은
잠시 한 발로 버텨보는 것
곧 쓰러지려는 찰나가 오기까지
다른 쪽 발이 온 몸 아니 온 우주를 받아주기까지
그 잠깐을 홀로 서 보는 것...
다른 한 발에 세상이 머물러 있는 동안
큰 숨 한번 쉬어볼 시간도 없이
그 무게 속으로 들어가 무릎을 꿇고
순간 아주 치밀하게 전후좌우를 재고
나와 우주를 한 줄에 놓고
무릎을 펴고 일어서며
우주를 떠받드는 그 순간
하늘과 함께하는 그 순간
이 어려운 일을 해내었다는 자부심마저
다른 쪽 발에 댓가 없이 넘겨주고
홀로 하늘을 나는 것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아무것도 탓하지 않고
둘 중 하나가 앞서고 뒤서며 세상에 누울 때까지
동시에 멈추어 지난한 한 생을 바라볼 때까지
순간을 쪼개 한 생을 살아가는 것
허리 펴고
어깨도 펴고


(*페이스북에서 옮겨 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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