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심(詩心)/한국의 시

맘에 있는 말이라고 다 할까 보냐

지평견문 2022. 1. 7. 06:39

맘에 있는 말이라고 다 할까 보냐

 

                       - 김 소 월

하소연하며 한숨을 지으며

세상을 괴로워하는 사람들이여!

말을 나쁘지 않도록 좋게 꾸밈은

달라진 이 세상의 버릇이라고, 오오 그대들!

맘에 있는 말이라고 다 할까보냐.

두세 번(番) 생각하라. 위선(爲先) 그것이

저부터 밑지고 들어가는 장사일진댄.

사는 법(法)이 근심은 못 같은다고,

남의 설움을 남은 몰라라.

말마라, 세상, 세상 사람은

세상에 좋은 이름 좋은 말로써

한 사람을 속옷마저 벗긴 뒤에는

그를 네길거리에 세워 놓아라, 장승도 마찬가지

이 무슨 일이냐, 그 날로부터,

세상 사람들은 제 각금 제 비위(脾胃)의 헐한 값으로

그의 몸 값을 매마쟈고 덤벼들어라.

오오 그러면, 그대들은 이후에라도

하늘을 우러르라, 그저 혼자, 섧거나 괴롭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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