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심(詩心)/한국의 시

벚꽃

지평견문 2022. 4. 13. 06:23

< 벚꽃 >

 

- 안재동

 

천지(天地)에 저뿐인 양

옷고름 마구 풀어헤친다

 

수줍음일랑 죄다

땅 밑으로 숨기고

백옥같이 흰 살결 드러내

하늘에 얼싸 안긴다

 

보고 또 보아도

싫증 나지 않는 자태

찬란도 단아도

이르기 부족한 말

 

수십 여일 짧은 생

마른 장작 타듯 일순 화르르

온몸을 아낌없이 태우며

세상천지를 밝히는

뜨거운 사랑의 불꽃

 

아무리 아름다워도

찰나에 시들 운명,

순응이나 하듯

봄비와 산들바람을 벗삼아

홀연히 떠나버린 자리에

오버랩되는

고즈넉한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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