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에 온 맹자 1 >
맹자가 어느 날 서울에 왔다. 기자들이 구름 같이 모여들어 인터뷰 경쟁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음은 물론이다. 어느 기자가 묻는다.
“〇〇일보의 A기자입니다. 선생께서는 만 리 길을 멀다하지 않으시고 이렇게 우리나라를 방문해주셨는데 어떻게 하면 우리나라를 이롭게 할 수 있을까 한 말씀 해주시기 바랍니다.”
맹자는 그를 돌아보고 측은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찌 반드시 이(利)를 말씀하시오. 반드시 인의(仁義)에 대해서 말씀을 해야 할 뿐입니다. 대통령이 어떻게 하면 여러 나라의 맹주가 되어볼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되면 국무총리나 장관은 어떻게 하면 대통령이나 국무총리라도 한번 해볼까 하게 되고, 그 아래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장관이나 국회의원이라도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을 품게 될 것입니다. 위아래가 너나할 것 없이 이익을 추구하게 되면 끝내는 나라가 위태로워질 것입니다. 나라에서 대통령을 시해하는 것은 그와 가까운 측근에서 나오게 되어 있고, 장관이나 국회의원을 모함하는 사람들도 반드시 수하에서 나오는 법입니다.
대기업에서 빵가게까지 하거나 순대국 장사까지 하는 것이 돈을 버는데 있어 적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의(義)를 뒷전으로 하고 이익을 먼저 챙기고자 하면 남의 것을 빼앗지 않고는 배기지 못하게 됩니다. 인(仁)하면서 그 부모를 버리는 자는 없으며, 의(義)로우면서 그 윗사람을 뒷전으로 여기는 사람 또한 없습니다. 여러분께서는 반드시 인의(仁義)에 대해서 말씀을 하셔야지, 어찌 반드시 이(利)에 대해서만 말씀을 하십니까?”
득의만면하여 맹자에게 질문을 했던 〇〇일보 기자는 어안이 벙벙하여 그만 할 말을 잊었다. 도대체 그런 말은 생전 들어보지 못한 탓에 전혀 익숙하지 않아 얼른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아직도 구시대의 유물인 인의를 논하고 있단 말인가? 정치는 생물(生物)이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저 이기고 보아야 하고, 이긴 자가 곧 정의(正義)임을 알지 못하고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듯한 소리나 하고 있단 말인가.
그는 그저 쯧쯧 혀를 차고 돌아섰다. 저러니 공자고 맹자고 정치적인 낙오자가 될 수밖에 더 있나 싶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맹자는 자기의 견해를 고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자신이 당대에는 비록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할지라도 이 지구상에 인류가 존재하는 한 자신의 말을 알아줄 사람이 반드시 있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기 때문이다. 저 중동 땅에선가 활약하던 예수(禮守)라는 분도 그랬다지 않는가? 천국은 의로운 이들의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