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록 웃기는 놈이 되고 싶었다. 당연히 말이 많아졌다. 힘은 대부분 입으로 빠져나갔다. 왜 안 웃지? 웃음의 코드를 뽑은 채 버튼을 눌렀나? 남은 힘은 통박 재느라 다 써버렸다. 석회 포대를 풀어 놓은 우물처럼 머릿속 산소가 사라졌다. 이야기를 너무 압축했나? 어지러웠다. 개그맨이 되지 않은 걸 다행이라고 여겼지만, 그런 날은 늦은 시간까지 유머 사전을 들춰봤다. 그러다가 시인이 되었다. 웃기는 시를 쓰고 싶었다. 감동이 아니라면 재미라도 있어야지. 내 시 창작법의 전부였다. 고요가 사라졌다. 발광하려고 발광하는 때 많았다. 친구를 좋아한 게 아니라 친구를 웃기고 싶었다. 잘 웃어주는 게 우정이라고 믿었다. 엄숙하게 사는 게 두려웠다. 불안을 부풀리는 기도가 싫었다. 시끄러운 내면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