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영 산 벚꽃 움이 봉곳하게 솟아 송곳처럼 날렵하다 만져보니 날랑 하게 잡히는 것을 보면 어느새 겨울채비를 마쳤는가 보다 그 옆 속절없이 피어 웃고 있는 겨울동백 볼록한 가슴이 몰래 마음 여는 청상(靑孀)의 입술처럼 붉다 야금야금 찬기운 틈새 엿보는 양지쪽 이팝나무 몇 그루도 듬성하게 서툰 꽃망울 감추고 찬바람 밀어낸다 요즘 같이 허전한 시간으로 산허리 감고 오는 구절초 냄새, 그 향긋함이 그리워지는 오후마다 낭창 하게 취하고 싶은 것은 어떤 기다림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