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2

아들아, 보아라

나는 원체 배우지 못했다. 호미 잡는 것보다 글 쓰는 것이 천만 배 고되다. 그리 알고, 서툴게 썼더라도 너는 새겨서 읽으면 된다. 내 유품을 뒤적여 네가 이 편지를 수습할 때면 나는 이미 다른 세상에 가 있을 것이다. 서러워할 일도 가슴 칠 일도 아니다.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왔을 뿐이다. 살아도 산 것이 아니고, 죽어도 죽은 것이 아닌 것도 있다. 살려서 간직하는 건 산 사람의 몫이다. 그러니 무엇을 슬퍼한단 말이냐? 나는 옛날 사람이라서 주어진 대로 살았다. 마음대로라는 게 애당초 없는 줄 알고 살았다. 너희를 낳을 때는 힘들었지만, 낳고 보니 정답고 의지가 돼서 좋았고, 들에 나가 돌밭을 고를 때는 고단했지만, 밭이랑에서 당근이며 무며 감자알이 통통하게 몰려나올 때, 내가 ..

1월의 당신에게 띄우는 편지

- 이채 별 하나씩 강물을 이고 걸어가는 밤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별이 내린 보리밭 길에서 눈 덮인 보리 씨앗이 되어 보라 흙 속에 묻혀 있다고 죽은 줄 아느냐 그들의 맥박은 나보다 푸르고 그들의 심장은 나보다 뜨겁다 별 하나씩 어둠을 열고 빛나는 밤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가 별이 내린 숲 속에서 나뭇가지의 푸른 눈동자가 되어 시리도록 차가운 그 빛이 되어 보라 슬프도록 아름다운 그의 가슴이 되어 보라 차디찬 바람 끝에서 비로소 살아 있음을 깨닫노라 스스로 비울 수 있을 때, 나는 가장 행복하다 스스로 추운 자가 될 때, 나는 가장 따뜻하다 스스로 가난한 자가 될 때, 나는 가장 부유하다 끝이라고 포기 할 때, 그때가 곧 시작이다 새벽 종소리를 듣는 자보다 울리는 자가 되라

카테고리 없음 2022.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