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하며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더니 밭에서 받으신다. 벌써 출근을 하신 것이다. 이곳 죽전에는 비가 내리고 있기 때문에 비가 오지 않는지 염려했더니
그곳에는 비가 내리지 않는다고 하셨다. 우산은 가져가셨는지 여쭈어보고, 웬만하면 일찍 들어가시라는 말씀을 여쭈었다.
이어 어머니께 드리는 말씀
“연세가 얼마신데 아직도 맞고 다니셔야 되겠어요?”
어머니 曰,
“내 연세야 구구단을 넘어섰지.”
그러고 보니 9×9=81이니, 어머니께서는 99단을 갓 넘기신 82세시다.
‘맞고 다니신다’는 말씀은 어제 아침에 밭에 나갔다가 비를 쫄딱 맞으셨기에 드린 말씀이다.
그 높은 연치에 (비를) 맞고 다니셔야 되겠느냐는 우려성 발언에 대해서 어머니는 그저 킬킬 웃으실 따름이다.
김소월에게 있어 오는 비는 계속 와서 손님을 붙잡아 주기를 바라는 염원이 있었고, 학창시절 어떤 친구는 봄, 여름, 가을, 겨울비에 각각 의미를 붙이며
좋다고 했지만 그것도 적당할 때 이야기다. 가뭄에 오는 비야 환영할 일이지만 너무 심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지평생각 > 페이스북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삼복 더위에도 장에 가신 어머니 (0) | 2016.08.02 |
---|---|
아욱을 뽑아버리고 베틀을 버리는 뜻 (0) | 2016.07.08 |
내가 부족한 것 (0) | 2016.06.18 |
한자를 쓰고 안 쓰고의 차이 (0) | 2016.06.17 |
시수하 개구와(柿樹下開口臥) (0) | 2016.06.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