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심(詩心)/한국의 시

바다의 교향시 - 양광모

지평견문 2017. 1. 13. 05:53


< 바다의 교향시 > - 양광모


해라는 놈, 사랑 좀 할 줄 알더군

붉은 노을 연가 하늘에 적어놓더니

슬쩍 바다의 품으로 안겨들잖아


바다라는 놈, 이별 좀 할 줄 알더군

발그레 상기한 얼굴 말갛게 씻겨

훌쩍 해 허공으로 떠나보내잖아


섬이라는 놈, 외로움 좀 즐길 줄 알더군

한번쯤 뭍으로 찾아갈 법도 한데

낮이나 밤이나 제자리 꿈적 안 하잖아


사랑에 지치면 바다가 되자

이별에 지치면 섬이 되자

외로움에 지치면 해가 되자


오늘도 떠나가는 뱃꼬리 맴돌며

날아갈까 앉을까 끼룩끼룩 울어대는

갈매기라는 놈, 그리움 좀 즐길 줄 알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