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어떤 대통령의 대도무문(大道無門)이라는 휘호가 눈에 띈 적이 있다. 나는 언젠가 같은 음을 가지고 우스개 소리로 대도무문(大盜無門)이라고
하며 웃은 일이 있다. 실제로 큰 도둑들에게는 들어가지 못할 만한 문(門)이 따로 필요치 않으니까. 그런데 오늘 다시 나는 대도무문이 아니라 대도
유문(大盜有文)이라는 말을 떠올려 보았다. 왜?
오늘 제37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념식 현장에서 나름 감동적인 연설을 했고, 뒤이어 37년 전 그 날 태어난 여자
분이 그 때 아버지를 잃었던 기억을 더듬으며 우는 모습을 보고 끝내 눈물을 훔치며 다가가 그녀를 안아주었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며 나 또한 울먹
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니 문대통령은 나의 마음을 훔쳐갔을 뿐 아니라 상당수 국민들의 마음을 훔쳐 간 대도임에 틀림없다. 그러니 대도유문(大
盜有文)이라고 해서 이치에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이왕 그렇게 시작한 바에야 시종여일(始終如一)하게 끝까지 초지일관(初志一貫)하
는 모습을 보여주시기 바란다. 그런 도둑이라면 국민들은 문을 활짝 열어놓고 도둑을 기꺼이 맞아들이지 않을까 싶다.
'지평생각 > 페이스북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안당(梧安堂) (0) | 2017.05.25 |
---|---|
왕도정치와 민주주의 (0) | 2017.05.19 |
새로운 부채 (0) | 2017.05.18 |
대통령에게 부담주지 않기 위해 떠나는 사람들 (0) | 2017.05.18 |
이게 무슨 일? (0) | 2017.04.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