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생각/페이스북의 글

왕도정치와 민주주의

지평견문 2017. 5. 19. 08:56


지금의 민주주의에서 구현하고자 하는 것들을 구태여 전통시대에서 찾아보자면 왕도정치(王道政治)라는 말이 그나마

가장 가까울 것으로 보인다. 맹자가 시종일관 주장한 것이 바로 왕도정치다. 맹자는 왕보다 백성이 먼저임을 늘 갈파

했고, 제대로 왕 노릇을 하지 못하는 왕들은 축출해야함을 과감히 주장했다. 그래서 죄 많은 걸()이나 주()왕은 일

개 걸주에 지나지 않는 존재로 제거될 대상으로 보기에 주저하지 않았다. 그렇듯 늘 맹자는 이익을 따지기 보다는 인의

(仁義)를 주장해왔고, 거기에는 사람이 중심이었다.

 

그가 주장한 왕도 정치에는 환과고독(鰥寡孤獨)을 우선시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는데 지금 식으로 말하자면 소외층을

먼저 보듬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부자들은 내버려두어도 저희들이 스스로 잘 해나갈 수 있지만 홀아비, 과부, 고아, 독거

노인 등은 나라에서 우선적으로 돌보아야 할 존재였던 것이다. 몇몇 부자들만을 위한 정치는 이제 더 이상 설득력도 없을

뿐 아니라 설자리도 잃어갈 게 분명하다. 더불어 사는 대동사회가 구현되기 위해서는 여민동락하는 체제로의 변화가 우선

되지 않으면 안 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5·18동이를 보듬어 안았을 때 나는 아버지를 보았다. 아버지의 얼굴도 본 일이 없는 이에게 그는 아버지의

품으로 다가선 것이다. 아버지가 없는 사람에게 아버지가 되어주고, 자식이 없는 어르신에게 자식이 되어주는 게 바로 공자

의 정()은 정()이라고 할 때의 올바른 정신이자 정감(情感)의 정치이다. 우리는 정치인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저 상식이 통하고, 정상적인 소통이 이루어지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데 힘써주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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