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화 >
- 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시심(詩心) > 한국의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무가 나무에게 (0) | 2021.09.17 |
---|---|
실소 (0) | 2021.09.14 |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0) | 2021.09.03 |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0) | 2021.09.01 |
늦팔월의 아침 (0) | 2021.08.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