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옛 이야기 >
- 김소월
고요하고 어두운 밤이 오면은
어스러한 등(燈)불에 밤이 오면은
외로움에 아픔에 다만 혼자서
하염없는 눈물에 저는 웁니다
제 한 몸도 예전엔 눈물 모르고
조그만한 세상(世上)을 보냈습니다
그때는 지난날의 옛 이야기도
아무 설움 모르고 외웠습니다
그런데 우리 님이 가신 뒤에는
아주 저를 버리고 가신 뒤에는
전(前)날에 제게 있던 모든 것들이
가지가지 없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그 한때에 외워 두었던
옛 이야기만은 남았습니다
나날이 짙어가는 옛 이야기는
부질없이 제 몸을 울려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