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심(詩心)/한국의 시

옛 이야기

지평견문 2021. 12. 23. 06:30

 < 옛 이야기 >

             - 김소월

고요하고 어두운 밤이 오면은

어스러한 등(燈)불에 밤이 오면은

외로움에 아픔에 다만 혼자서

하염없는 눈물에 저는 웁니다

제 한 몸도 예전엔 눈물 모르고

조그만한 세상(世上)을 보냈습니다

그때는 지난날의 옛 이야기도

아무 설움 모르고 외웠습니다

그런데 우리 님이 가신 뒤에는

아주 저를 버리고 가신 뒤에는

전(前)날에 제게 있던 모든 것들이

가지가지 없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그 한때에 외워 두었던

옛 이야기만은 남았습니다

나날이 짙어가는 옛 이야기는

부질없이 제 몸을 울려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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