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심(詩心)/한국의 시

비난수하는 맘

지평견문 2022. 2. 26. 14:03

< 비난수하는 맘 >

 

               - 김소월

 

 

함께 하려노라, 비난수하는 나의 맘,

 

모든 것을 한 짐에 묶어 가지고 가기까지,

 

아침이면 이슬 맞은 바위의 붉은 줄로,

 

기어오르는 해를 바라다보며, 입을 벌리고.

 

 

떠돌아라, 비난수하는 맘이여, 갈매기같이,

 

다만 무덤뿐이 그늘을 어른이는 하늘 위를,

 

바닷가의 잃어버린 세상의 있다던 모든 것들은

 

차라리 내 몸이 죽어 가서 없어진 것만도 못하건만,

 

 

또는 비난수하는 나의 맘, 헐벗은 산() 위에서,

 

떨어진 잎 타서 오르는, 냇내의 한 줄기로,

 

바람에 나부끼라 저녁은, 흩어진 거미줄의

 

밤에 매던 이슬은 곧 다시 떨어진다고 할지라도.

 

 

함께 하려 하노라, 오오 비난수하는 나의 맘이여,

 

있다가 없어지는 세상에는

 

오직 날과 날이 닭 소리와 함께 달아나 버리며,

 

가까웁는, 오오 가까웁는 그대뿐이 내게 있거라!

 

 

 

'시심(詩心) > 한국의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실제(失題) 2  (0) 2022.03.01
나는 내 꿈대로 살겠다  (0) 2022.02.27
친구  (0) 2022.02.24
봄볕 한아름은 어떤가  (0) 2022.02.23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  (0) 2022.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