〇 불충(不忠)
초패왕 항우와 한고조 유방이 천하를 놓고 다툴 때의 일이다. 계포(季布)의 동생 정공(丁公)이 초나라 장수가 되었다. 정공이
항우를 위하여 한 고조(漢高祖) 유방을 추격하여 팽성 서쪽에서 한 고조를 위기에 몰아넣고 단병(短兵)으로 맞부딪치게 되자 고
조가 사정이 급박하게 되었다.
한 고조가 정공을 돌아보며 말하기를,
“두 사람이 어찌 이다지도 서로 어려움을 겪어서야 되겠는가?”
하니, 이에 정공이 군사를 이끌고 물러가 고조가 마침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항우가 멸망하자 정공이 한 고조를 찾아뵈었다. 고조가 정공을 군중(軍中)에 조리돌리게 하며 말하기를,
“정공은 항왕(항우)의 신하가 되어 불충하였으니 항왕으로 하여금 천하를 잃게 한 자는 바로 정공이다.”
하고는 마침내 정공을 목 베게 하였다. 그러면서 또 말하기를,
“후세로 하여금 남의 신하가 된 자는 정공을 본받지 말게 하고자 함이다.”
라고 하였다. 정공의 입장에서야 그야말로 어이없고 할 말이 많겠지만 한 고조의 눈에 그는 일개 불충한 신하로 여겨질 뿐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자신을 위기에서 살려 준 사람을 그렇도록 박정하게 대한 한고조 또한 별반 칭찬할 만한 일은 못 되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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