〇 어진 태수 유총
후한 때에 유총(劉寵)이 회계 태수가 되어 그 고을을 잘 다스린 뒤 장작대장(將作大匠)이 되어 떠날 즈음 산음현(山陰縣)에서
대여섯 명의 노인들이 백 전(錢)을 싸들고 와서 전송하였다. 유총이 노인들을 위로하며
“노인들께서 어찌 스스로 수고를 아끼지 않으십니까?”
하니, 대답하기를,
“산골에 사는 소생들이 일찍이 군조(郡朝 : 郡守, 여기서는 태수)를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다른 태수가 있을 때 관리들이 민간에
요구하는 것이 (많아서) 밤이 되도록 끊이지 않아 혹 개 짖는 소리가 저녁 내내 들렸고 백성들은 편안할 수 없었습니다. 태수께서
내려오신 이래 개는 밤에 짖지 않고 백성들은 관리들을 보지 않게 되었으니 늙은이들이 성명(聖明)과 같은 분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이제 떠나신다는 것을 알고 스스로 부축하고 전송하러 왔습니다.”
라 하였다. 유총이 말하기를,
“내가 정사를 함에 어찌 공들의 말에 능히 미칠 수 있겠소.”
하며 노인들의 노고와 성의를 차마 거절하지 못하여 대전(大錢) 하나만을 받았다.
국민들은 지극히 어리석은 것 같지만 누가 어질고 누가 모진지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게 마련이다. 그들의 판단이 일시 흐려져
잘못된 선택은 할 수 있을지언정 나중에는 결국 지도자들의 잘잘못이 저절로 드러나게 되어 있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이 나는 법이다. 국민들의 신뢰를 받고 잃음은 모두 지도자들 스스로의 몫이다. 국민들은 처음에 지도자들의 입을 보지만 나중에는
그들의 발도 보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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