〇 동전을 먹은 아이
어떤 사람이 손자를 데리고 놀면서 동전 한 닢을 주었다. 그런데 그만 아이가 그 동전을 꿀꺽 삼켜 버리고 말았다.
그의 할아버지는 경황실색하여 부리나케 의원의 집으로 달려가다 길에서 정수동(鄭守東)을 만났다. 그 노인에게 자
초지종을 들은 정수동은 껄껄대고 웃으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아이는 반드시 죽지 않을 거외다. 요즘 사람들은 공금[公錢(공전)]이고 개인 돈[私錢(사전)]이고 간에 가리지 않
고 수만 냥씩 먹어 치우고도 오히려 죽지 않는데, 손자가 자기 할아버지의 돈 한 닢을 먹은 것 가지고 죽을 리가 있겠
습니까.”
라 하였다. 이 말이 당시에 세상에 퍼져 격언처럼 되었다고 한다.
이것이 어찌 정수동이 살 때만의 이야기이겠는가. 모르기는 몰라도 요즈음도 수만 냥 아니라 몇 억을 꿀꺽 삼키고
도 멀쩡한 사람들이 어디 한 둘 뿐이겠는가. 일국의 대통령을 지냈다는 사람들을 비롯해서 내로라하는 사회 저명인사
들이 앞을 다투어 검은 돈을 챙겼다고 하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임에 그저 아연할 따름이다. 그래도 그들 통
장에는 몇 십만 원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는 판이니 그들은 정녕 손바닥으로 하늘을 다 가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
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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