〇 진실 되면 저절로 알려지건만
빙탄불언냉열자명(冰炭不言冷熱自明)이라는 말이 있다. 얼음과 숯불은 말을 하지 않아도 그 차갑고 더움이 저절로 알려진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곧 진실을 간직한 자는 스스로 자랑하지 않아도 자연히 세상에 알려짐을 이를 때 쓰인다.
MB가 가장 깨끗한 정부라고 자부한 데 대해 이를 믿으려 하는 사람은 아마 백에 하나도 없을 것 같다. 노태우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믿어달라고 호소했을 때도 과연 국민들 중 얼마나 그 말을 진실로 받아들였을까 의문이 든다. 다는 아니겠지만 대부분 정치인들의 말은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때가 많다. 어제 했던 말도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오늘 마치 자반 뒤집듯 쉽게 바꾸는가 하면 오늘 힘주어 말하는 것도 앞으로 언제 어떻게 다르게 표현될지 모른다.
빙(冰)은 얼음이다. 누가 그 차가운 것을 모르겠는가?
탄(炭)은 숯불이다. 누가 그 뜨거운 것을 모르겠는가?
그래서 얼음과 숯불은 스스로 자신을 차다거나 뜨겁다고 말하지 않아도 그것이 차거나 뜨거운 것인 줄 안다. 정치인들의 말이 과연 진정성이 들어 있다면 구태여 믿어달라느니 옳다느니 백 번 천 번 외쳐대지 않아도 믿게 되고 옳게 여길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 핵심인 진실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그들의 말은 신뢰성을 잃게 되는 것이다.
법과 질서를 존중하며 사면을 했다고 하는 이번 MB의 설 특사의 정당성에 대해 그들 주변의 몇 사람을 제외하고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이 과연 그 누가 있겠는가? 그야말로 소가 웃을 일이다. 공과 사도 구분할 줄 모르는 행위를 대통령의 이름으로 백주대낮에 버젓이 행해지고 있는 이 나라의 국격이 과연 높다고 말할 수 있는가? 푸른 기와집이 분명 청와대(靑蛙臺)가 아니고 청와대(靑瓦臺)일진대 어찌 국민들이 바라는 바와 정 반대 방향으로 삐뚜름하게 가는지 도대체 알 수 없다.
차기 정권도 숯불인지 얼음인지 분명한 것을 보여주는 정책을 시행했으면 한다. 첫 국무총리로 지명된 이가 닷새 만에 낙마하는 것은 당사자에게도 불행한 일이지만 국민들에게도 개운치 않은 장면이다. 대통합은 생각이 서로 다른 사람들이 남들 보는 앞에서 그저 악수나 하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기왕의 잘못을 철저히 규명하고 똑 같은 잘못들을 범하지 않으면서 함께 바른 사회를 지향하는 데서 대통합의 출발점이 있음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지평생각 > 정의(正義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간(陶侃)의 어머니 담씨(湛氏) (0) | 2013.02.02 |
---|---|
혼자서는 어렵다 (0) | 2013.02.01 |
청렴한 이규원(李圭遠) (0) | 2013.01.31 |
돌아서 가기 (0) | 2013.01.30 |
썩은 새끼로 말을 모는 심정 (0) | 2013.0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