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여종의 거짓 자백
조선 숙종 때 판서를 지낸 신정(申晸)의 정원에 과일이 갓 익었을 때다. 신정은 그 중 몇 개를 따서 다른 사람에게 보낼 적에 어린 여종을 불러 손수 개수를 세게 하여 그 수를 안 연후에 가져다 몸소 포장하면서 몰래 몇 개를 덜어내고 쪽지와 함께 부쳐 보냈다. 가서 보니 과일의 수가 쪽지에 적힌 것과 달리 당연히 모자랄 수밖에 없었다.
신정이 이를 듣고 즉시 화를 내며 여종을 문초하니 마침내 여종은
“심부름 하는 도중에 목이 몹시 말라 빼내어 먹었습니다.”
라고 거짓으로 자복하였던 것이다. 그제야 신정은 자신이 몰래 덜어냈던 과일을 꺼내 보이며 하는 말이
“여종이 원래 빼먹지 않았지만 형벌이 무겁게 되면 사실이 아니라도 자복하게 되는 것이다.”
라 하였다고 한다.
어떤 범죄 사실이 발생했을 때 이를 조사하는 이들이 사건을 빨리 해결하고픈 욕심이 앞서다보면 무리하게 수사를 하게 되고 일을 꿰어 맞추다 보면 잘못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도 조작이 아니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심지어 조작까지 하면서 억울한 사람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없지 않다. 우리가 아무런 편견을 갖지 않고 다른 사람을 대한다는 것은 그렇게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더구나 다른 사람에게 그에 대하여 좋지 않은 말을 들었을 때 그 선입관은 당사자와 아무 관련 없이 그를 잘못 판단하게 하는 준거가 되기도 하는 만큼 내가 직접 듣고 본 것이 아니라면 특히 남에 대하여 함부로 왈가왈부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설령 직접 듣고 보았다고 하더라도 구태여 남의 단점을 말하는 데는 또한 신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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