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지(不智)와 불충(不忠)의 차이
《전국책(戰國策)》 진책(秦策)에
“알지도 못하면서 말하는 것은 지혜롭지 못한 것이요, 알면서도 말하지 않는 것은 충성스럽지 못한 것이다.”
라는 말이 나온다. 모르는 것은 혹 말하지 않으면 그만이겠지만 알면서 말하지 않는 잘못은 의외로 범하기 쉬운 것이다.
어떤 사실을 알지만 그것을 말했다가 상사로부터 질책을 받을까 두려워서 감히 말 못하는 것이 어디 한둘이겠는가? 그런 까닭에 아랫사람으로서 윗사람에게 바른 말로 간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태여 그런 역린(逆鱗)의 위험성을 감수하면서까지 간하는 것은 충직한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것을 몰라주고 오히려 질책하거나 꺼려한다면 어찌 스스로 올바른 말을 막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한 데서 자연 소통이 부재하게 된다. 윗사람이 되어서 늘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되는 부분이 바로 그러한 것이다. 아랫사람이 과감히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길을 터놓을 때 소통도 쉽게 되고 발전도 있게 된다. 반면에 지나치게 위엄을 부리거나 경직되면 중요한 정보를 스스로 차단하여 마침내 멸망의 길에 이르더라도 깨닫지 못하게 되니 화가 발등에 닥쳐서야 깨우칠 때는 너무 늦게 될 것이다.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할 수 있어야 하며, 모르는 것을 아는 체 해서도 안 되고, 아는 게 있으면 반드시 말할 수 있는 풍토가 조성되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적어도 지금 보다는 훨씬 더 상호간에 소통이 잘 이루어지게 될 것이고 그럴 때 사회는 불신의 벽을 넘어 더불어 사는 즐거움을 만끽하게 되는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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