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엇이 다르기에
“제(齊)나라 경공(景公)이 말 4천 필을 가지고 있었지만 죽는 날에 백성들이 덕(德)을 칭송함이 없었고, 백이(伯夷)와 숙제(叔弟)는
수양산 아래에서 굶어죽었으나 백성들은 지금까지 칭송하고 있다.”
《논어》에 나오는 말이다. 주자(朱子)는 이를 두고 사람들이 칭송하는 것이 부(富)에 있지 않고 특이한 행동을 한 데 있다고 하고
있다. 여기의 백이와 숙제는 고죽국(孤竹國)이라는 나라의 왕자 형제로 왕위를 다른 형제에게 사양하고 세상을 피해 숨어 살았던 전설
적 인물들이다. 후일 주(周)나라 문왕이 정치를 잘 한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갔으나 문왕의 아들 무왕(武王)이 당시 상국(上國)이었던
은(殷)나라의 주왕(紂王)을 정벌할 때 말고삐를 잡고 ‘신하가 임금을 칠 수 없다’고 간하다 듣지 않자 수양산에 들어가 고사리를 캐먹
고 지내다 굶주려 죽었다고 한다. 그들의 주장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의 여부를 떠나 그들은 자신들이 지향하는 신조를 굽히지 않고 최
선을 다했다는 데 후한 점수가 주어진 것으로 보인다.
부유하여 편안한 삶은 누린 제나라 경공보다 불행한 삶을 산 것으로 보이는 백이와 숙제가 사람들에게 더 각광을 받았다는 것이다.
짧은 인생과 기나긴 역사를 비교해보면 과연 어느 것이 더 현명한 것인가는 스스로 판단해볼 일이다. 한 동안 정치적 성공 가도를 달린
이승만 대통령보다 오히려 현실 정치에서는 뒤졌으나 원칙에 충실했던 백범 김구 선생을 사람들이 왜 더 존경하는지를 한 번쯤 새겨볼
만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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