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생각/정의(正義 )

활쏘기와 페어플레이 정신

지평견문 2013. 3. 22. 05:30

                    〇 활쏘기와 페어플레이 정신

 

    군자(君子)는 다투는 것이 없으나 반드시 활쏘기에서는 경쟁을 한다. 상대방에게 인사[읍(揖)]를 하고 사양하며 (활 쏘는 곳에) 올라갔다가 (활을 쏜 다음에는) 내려와 술을 마시니 이러한 경쟁이야말로 군자다운 것이다.

                                                                 -《논어(論語)》 팔일(八佾) 편-

 

    활쏘기 하면 동이족(東夷族)의 한 갈래인 우리나라를 따라올 나라가 별로 없다. 이(夷)자가 사람이 활을 멘 형국인데, 주몽(朱蒙 : 고구려 동명성왕)과 이성계(李成桂 : 조선 태조)가 모두 명궁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계 올림픽에서는 물론이요, 장애인 올림픽에서마저 보란 듯이 한국 선수들이 양궁에서 금메달 따기를 마치 호주머니 속의 물건 다루듯 하는 것을 보면 한국인과 활쏘기는 특별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 같다.

 

    각설하고 공자가 활쏘기를 극구 칭찬한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활을 쏠 때에 예의를 갖추어 인사를 한 다음 자리에 나아가 활을 쏜 다음 내려와서 진 사람이 술을 마시는 행위 하나하나가 예절에 맞고 겸손한 미덕이 있기 때문이었다. 지금의 안목으로 보자면 거기에 페어플레이 정신도 함축되어 있을 성 싶다. 과녁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면 상대방을 탓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자신이 잘못 쏘았음을 인지하고 자세를 고쳐야 하니 비교적 자성(自省)의 운동이라 여겼을 법하다.

 

    스포츠에서 뿐 아니라 사회 모든 분야에서 사실상 페어플레이 정신이 구현되었으면 한다. 사회의 공적 질서랄까 믿음이 깨어지면 서로가 불편하고 불만족스럽게 된다. 남을 속여 가며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풍조는 예전에 타기의 대상이었음은 물론이요, 지금도 버려야 할 악습이다. 옛날 사람들이 무본억말(務本抑末)이라고 하여 농업에 힘쓰고 상업을 억제하려 했던 이유 중의 하나는 농업이 비교적 정직한 땀에 의해 이루어지는 데 반해 상업의 경우 아무래도 속임수가 많았던 점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미국산도 좋고, 중국산도 좋은 데 제발 속이지나 말았으면 한다. 그래서 소비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처지나 능력에 맞게 선택할 수 있게 하면 되는 것이다. 만약 조금이라도 고의성을 띠고 남을 속이는 경우에는 고대에 행하였다는 일책십이법과 마찬가지로 당사자에게 경제적으로 크게 손실을 겪도록 한다든가 하는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여 신용사회를 일구는 것이 시급한 과제의 하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지평생각 > 정의(正義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운 아이 떡 하나 더 주기   (0) 2013.03.24
그저 나 몰라라 할 수 있을까?  (0) 2013.03.23
농단(壟斷)   (0) 2013.03.21
무엇이 다르기에   (0) 2013.03.20
수레를 미는 사람   (0) 2013.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