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생각/정의(正義 )

나를 논박한 사람이 자네라는 말을 들었다.

지평견문 2013. 4. 13. 06:16

                      〇 나를 논박한 사람이 자네라는 말을 들었다.

 

    조선 초기의 인물로 대사헌까지 지낸 이계맹([李繼孟 : 1458~1523)은 매우 도량이 넓었다고 한다. 그는 후배들을 진실한 마음으로 대하여 그들이 비록 그를 헐뜯고 논박을 해도 조금도 혐의를 두지 않고 오히려 그들에게 ‘과감하게 말하는 선비’라고 하며 권장하였다.

 

    김정국(金正國 : 1485~1541)이 일찍이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듣고 이계맹이 평안감사 시절 쓸데없이 누각을 지었다고 탄핵한 적이 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문제 삼을 정도로 대단한 일이 아니었다고 한다. 김정국이 검상(檢詳)이 되어 참찬(參贊)인 그를 집으로 찾아가 인사할 일이 있었는데 지난날 자신의 행위가 좀 지나쳤던 것 같아 미안한 마음에 머뭇거리며 사과하니, 이계맹은 술을 대접하며 마음을 풀고 큰소리로 웃으며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고 한다.

 

    “(그 일을 힘껏) 주장해서 나를 논박한 사람이 자네라는 것을 들었다. 이것은 소문이 그릇된 것이니 어찌 (꺼림칙한) 형적(形迹)이나마 남길 것이겠는가. 내가 진작부터 자네 형제(김정국의 형은 김안국으로 역시 명망이 있었음)의 지기(志氣)를 아름답게 여겼다. 더욱 힘쓰고 게을리 하지 마시게.”

 

    누가 자신의 잘못을 지적하였을 때 그것에 대해 문득 화부터 내면 그 다음은 어떻게 되겠는가? 모르긴 몰라도 대개 다시는 그를 위해 충고할 마음이 생기지 않을 지도 모른다. 누구나 자신의 잘못을 들으면 옳고 그름을 떠나서 당혹스럽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이후 자신의 처지가 판연히 다른 형태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이계맹과 같은 경우 나름대로 수양이 잘 되어 있고 그 큰 도량으로 인해 후배들이 더욱 존경심을 갖고 추종하게 될 것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다른 이들의 인정을 받지 못할 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자신이 스스로 본인을 해치고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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