〇 도둑님, 어서 오세요
지극한 효성을 이르는 말로 ‘영문청도(迎門請盜)’라는 것이 있다. ‘영문청도’라고 하면 문 앞에 나아가 도둑을 맞이하여 청한다는
이야기이다. 그 말만 들으면 이건 영락없이 도둑을 은닉하거나 도둑과 한패거리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그런 행위를 가지고
어쩌자고 효성이 지극하다고 하는 데까지 이르렀는지 그저 아리송할 따름이다.
이에 대한 해답은 후한(後漢) 때 조자(趙咨)라는 사람이 제시하고 있다. 언젠가 도둑이 밤에 들이닥치게 되자 조자는 어머니가 놀
라고 두려워하실까 걱정이 되어 먼저 문 앞으로 나가 도둑을 맞이하고 그에게 식사를 청하였던 것이다. 그가 두려워한 것은 도둑 자
체가 아니라 이로 인해 놀라게 될 어머니였던 셈이다. 그리하여 일견 모순되는 듯한 그의 행위는 지극한 효성을 이르게 되었다.
조자가 위기에 봉착하여 어머니께서 놀라시고 두려워하실 것을 걱정했다면 그것은 단순히 찰나적 행위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
가 늘 평소에 효행을 일삼았기에 위기의 순간에서마저 자연스럽게 그런 행위가 발로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습관이란 하루아침
에 생기는 것도 아니려니와 또 한 번 생기게 되면 여간해서 없애기도 쉽지 않은 법이다. 그러니 우리는 항상 좋은 습관에 길들여지도
록 부단히 힘쓰지 않아서는 안 됨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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