〇 길에서 만난 어떤 친절한 문구
며칠 전 길을 가다 우연히 어느 음식점의 입간판을 보고 흐뭇해 한 적이 있다.
‘용무가 급하신 분은 우리 집 화장실을 이용하세요.’
얼마나 친절한가? 일부러 저런 문구를 써놓은 것을 보면서 익히 그 주인의 마음이 넉넉함을 알 수 있었다. 그 음식점에서 꼭 음식을 들어야 하는
조건이 붙지 않은 그 배려는 한 번도 본 일 없는 그 주인의 얼굴이 자상할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해주었다.
길을 가다 누구나 한두 번쯤은 뒤가 급한 일이 있었을 것이다. 얼굴이 사색이 되어 부리나케 주변의 건물로 뛰어들어 해우(解憂)하고자 함은 당
연지사. 그나마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종종 자물통이 굳게 잠겨 있어 있으나마나한 그런 모습을 대할 때 절망감은 더해지고 그 당
혹스러움이란 또 어떠하던가?
어쩌면 그 음식점 주인 또한 그런 경우를 능히 겪었음직도 하다. 아마 그래서 자칫 곤란을 겪을 불특정 다수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그런 친절한
행위를 하였을 것이다. 일부러 자비를 들여가며 그러한 입간판을 설치했을 따스함이 짙게 배어나온다. 설령 그것이 손님을 끌기 위한 방편일지라도
굳이 탓할 일이 아니다.
여러 사람들이 그런 유사한 고충을 겪게 되지만 그런 사람들 중 과연 몇이나 그 음식점 주인처럼 남의 고충처리를 위해 스스로 애쓸 것인가? 너
나할 것 없이 경제가 어렵다고 한다. 그럴 때일수록 작지만 그런 훈훈한 인간 냄새가 그리워지는 시절이다. 모두 힘내고 서로를 위로하며 슬기롭게
난국을 극복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 2008년 12월 10일 용두팔 게시판에 올린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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