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에 물건이 떨어져도 주워가지 않음
노불습유(路不拾遺)라는 말이 있다. 도불습유(道不拾遺)라고도 한다. 길에 떨어진 물건도 주워가지 않는다는 말로, 곧 풍속이 매우 아름다움을 일컫는 용어이다.
한(漢)나라 때 가의(賈誼)라고 하는 사람이 지은 《신서(新書)》라는 책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보인다.
“백성들은 부유하고 그들은 항상 한결같아서 길에서는 떨어진 물건을 줍지 않고 나라에는 옥송(獄訟)이 없다.”
어디까지 믿어야 할 지 모르지만 사실이 그렇다면 환상적이지 않는가? 길에 떨어진 물건도 줍지 않을 정도로 남의 물건을 탐내지 않으니 도둑이 없다는 소리요, 그런 사회에 특별히 송사를 할 일도 없다는 것이니 이 아니 멋진가? 서울시 의회 뇌물 사건을 기화로 여야 의원 간에 맞고소가 이루어질 판이다. 걸핏하면 정치인간에 소송 사건이 빈발하는 것을 보면서 참 법들 좋아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업이 판검사나 변호사처럼 법정에 자주 드나드는 사람들이야 할 수 없다지만 그렇지 않고 법원 근처에 자주 가는 것은 그렇게 상서로워 보이지 않는다.
길에 떨어진 것을 줍지 않는 다는 것은 역시 딴 나라 이야기에 불과한 것인가? 길 아니라 남의 주머니에 있는 돈이라도 가져다 쓰지 않으면 안 되는 게 정치 풍토라면 이를 근절하는 것은 담배를 끊기 보다 더 어려운 일인 지 모른다. 거기에 대고 도불습유를 거론해보았자 공염불일 가능성이 크다. 언제까지 재계에서는 보험을 든다는 생각으로 정치 자금을 헌납하듯 해야 하고 그것을 대가로 정치인들은 부자들의 뒷배나 보아주는 역할을 해야 할까?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공식은 그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도불습유, 노불습유는 한갓 백일몽으로 밖에 치부할 수 없는 것인가?
꿈은 이루어진다고 한다. 그럼에도 왠지 헛된 기대 같은 생각에 자신이 없지만 그래도 우리는 꿈은 꾸어야 할 것 같다. 제발 정(政)은 정(正)이라는 원칙에 충실하여 멋진 종합 예술을 보여주기를...
그런데 정작 나는 어제 길에서 거금 50원을 주웠다. 도불습유가 아니라 도습유를 한 것이다. 늘 지나치며 한 푼 도와주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옆에 있던 사람이 한 마디 한다. 너무 적지 않느냐고. 젠장! 내 돈까지 더 들어가게 생겼다.
(* 2008년 7월 25일 용두팔 게시판에 올린 글을 약간 수정 )
'지평생각 > 정의(正義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포(趙苞)의 고민 (0) | 2014.03.04 |
---|---|
좌웅의 천거 (0) | 2014.02.25 |
대리 투표라니? (0) | 2013.07.26 |
등은 왜 긁으시나? (0) | 2013.07.25 |
공정한 인사 (0) | 2013.07.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