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생각/정의(正義 )

조포(趙苞)의 고민

지평견문 2014. 3. 4. 09:02

   ○ 조포(趙苞)의 고민

 

   한()나라 때 요서 태수(遼西太守) 조포(趙苞)가 유성(柳城)을 지날 때 선비족이 요새에 침입하여 노략질을 하면서 조포의 어머니와 처자를 위협하여 인질로 삼아 수레에 싣고 조포의 군대를 공격하였다. 적과 대치 중 적이 모친을 끌어내어 조포에게 보이자 조포는 비통하게 외치며 모친에게 말하였다.

 

  “ 자식된 처지에 면목이 없습니다만 적은 녹봉으로나마 조석으로 봉양하고자 하였으나 생각지도 못하게 어머니께 화를 끼쳐드리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어머니와 자식 관계였으나 지금은 왕의 신하가 되었으니 의로 보아 사사로운 은혜를 돌아보다가 충절을 훼손할 수는 없으며 오직 만 번 죽음을 당해도 그 죄를 메우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러자 모친 역시 멀리서 말하기를,

 

   “위호(威豪 : 조포의 )! 사람이란 각각 운명이 있으니 어찌 서로를 돌아보다가 충의를 훼손할 수 있겠느냐. 너는 그것에 힘써야 할 것이다.”

 

라 하였다. 조포가 즉시 나아가 싸워서 적을 다 무찔러 격파하였지만 그의 어머니와 아내는 모두 살해되었다. 조포가 스스로 돌아가 장례를 치르게 해줄 것을 청하자 황제는 사신을 보내 조문하여 위로하고 조포를 유후(鄃侯)로 책봉하였다. 조포가 장례를 마친 다음 고을 사람들에게 말하기를,

 

   “봉록을 먹으면서 난을 피하는 것은 충성이 아니며, 어머니를 죽이고서 의로움을 온전히 한 것은 효도는 아니다. 이와 같으니 무슨 면목으로 천하 사람들 앞에 서겠는가?”

 

라 하며, 마침내 피를 토하며 죽었다.

 

   - 자치통감(사마광 저, 권중달 역, 후한시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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