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사 및 여행기/국내

서울 둘레길 1코스 : 2016. 1/11

지평견문 2016. 1. 11. 19:01


1041분에 도봉산역을 출발하였다. 서울 둘레길 8코스 중 첫째 코스인 수락산불암산 코스이다. 도봉산역에서 화랑대역까지 14.3km로 예상 시간은 6시간 30분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나와 있다. 난이도 상, , 하 중 상으로 8코스 중 유일하게 난이도가 제일 높은 상으로 되어 있었다.

 

수락산이나 불암산을 가본 일이 있지만 둘레길로는 처음이다 보니 또 새로운 기분으로 다가왔다. 시내를 걷기도 하고, 강변을 끼고 도는가 하면 어느새 계단을 밟고 올라서기도 한다. 오르고 내리는 길이 수시로 바뀌지만 역시 둘레길이라 크게 험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저 걷기에 편안한 길이라고 할 만 했다.

 

지난 번 북한산 둘레길 21구간 중 남은 11구간을 몇 주에 걸쳐 마무리 지은 것은 남은 것을 마저 마쳐야 하겠다는 생각이 있어서이기도 했지만 빨리 마무리 지어야 마음 편하게 서울 둘레길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해서였다. 그래서 마침내 오늘 짧은 장정(長征)의 둘레길 순행이 시작된 것이다.

 

당고개역을 중심으로 수락산 구간과 불암산 구간이 대충 나뉜다는 느낌을 받았다. 평일이라 사람들은 많지 않아 걷는 데 거의 불편함이 없었다. 지나치다 조금 색다르다 싶으면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기도 하며 유유자적하게 야트막한 산길을 걷는 것은 분명 상쾌한 일이다. 이름 모를 새들이 지저귀고 때로 딱따구리가 나무를 쪼는 모습을 대하는 것도 흥겹기는 마찬가지다. 귓불을 스치는 시원한 바람은 그대로 보너스다. 아무런 방해 없이 자유를 만끽하는 실존은 해탈은 아닐지라도 또 하나의 열락의 세계임에는 틀림없다.

 

목마르거나 배가 출출하면 맞춤한 자리에 앉아 부스럭거리며 배낭을 뒤적여 이것저것 입에 구겨 넣는 것도 산중일미이다. 운 좋게 샘물을 만나 시원한 약수 물을 음미하는 것도 별스러운 흥취를 돋운다.

 

길을 가면 가는 만큼 떠난 곳은 저만큼 멀어지고 남은 곳은 이만큼 가까워지는 것이야 정한 이치이지만 길은 그저 단순히 걷는 것이 아니다. 허위허위 아무런 생각 없이 걷는 것 같아보여도 이런 저런 상념에 잠기면서 인생길을 되새김질하게도 된다. 지금 내가 걷는 길은 지나온 길과 앞으로 갈 길의 길목에 위치해 있다.

 

이제 일단 시작을 했으니 마칠 때까지 나름대로 내 마음을 틀어쥘 기쁨의 공간이 열렸다고 하겠다. 유시유종(有始有終)이 한낱 경서를 장식하는 문구가 아니라 실행의 결과로써 입증될 것이다. 잡으면 얻고 놓으면 잃는다고 하지 않던가, 이 길을 가는 것도 나요, 가지 않게 되어 가지 않아도 그게 나일진대 어찌 인생길이라고 해서 이와 다르겠는가?

 

마침내 오후 313분경 목적지인 화랑대역에 도착했다. 4시간 32분이 걸렸다. 6시간 30분 정도 걸린다던 시간이 거의 2시간 정도 단축이 된 셈이다. 내가 무슨 축지법을 하는 사람도 아니고 뛸 듯이 부리나케 간 것도 아니었으니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아마 그런 기록을 남긴 사람들이 기준을 매우 느슨하게 잡은 탓일 것이다. 다만 혼자서 걷다보니 뭔가 먹거나 사진 찍을 때 외에는 거의 쉬지 않은 것도 조금은 이유가 될 법하다. 하여간 이로써 8코스 중 한 코스를 상쾌하게 마쳤으니 남은 코스 또한 그럴 것이라는 기대를 가져도 좋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