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생각/페이스북의 글

만우절과 어머니

지평견문 2016. 4. 1. 11:40


따르릉,..”

어머니! 뭐 하세요?”

들에 나가서 쑥 좀 캔다.”

거기는 눈이 안 오나 보죠?”

, 눈이라니...”

, 글쎄 여기는 얼마나 눈이 내리는 지 길이 막혀 난리도 아니에요.”

그으래...아이구 웬 눈이...”

어머니, 그런데 오늘이 만우절인 것은 아시죠?”

! 아이구, 오늘이 거짓말하는 날이구나. 까맣게 몰랐네.”

 

성공이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더니 역시 어머니께서는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시고 그것을 실천으로 보여주셨다.

이어지는 어머니의 말씀.

그래, 에미를 속여서 시원하냐? ㅎㅎ

물론이죠. 어머니. 아주 시원합니다. ㅎㅎ

 

그러셨다. 언젠가 어머니는 내 아들이 대통령을 출마해도 대통령감이 아니라면 뽑지 않겠다고 하셨다. 거의 공개 투표로 진행되던 유신 찬반투표 때 시골 어른들의 뭇시선 속에도 투표용지를 접고 들어가셨던 어머니시다.

오늘도 나물을 캐시며 항산(恒産)을 유지하고 계신 항심(恒心)의 어머니는 노숙자를 이해하지 못하시는 편이다. 산과 들에 널린 게 돈이라는 게 지론. 2, 7일 안성장날 난장에 8순 노인이 파는 물건은 언제나 신용을 바탕에 깔고 있다.

 

노래자는 늙은 나이에 색동옷을 입고 부모 앞에서 재롱을 부렸다고 하는데 나는 그저 놀려먹을 줄이나 아니 스스로도 한참 모자란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어쩌랴. 노래자나 되니까 노래라도 잘 할 테지만 노래고 춤이고 간에 할 줄 아는 게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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