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생각/페이스북의 글

치킨 때문이 아니야

지평견문 2016. 4. 7. 09:04

치킨 때문이 아니야

 

어제 일어난 일이다. 출근 관계로 오전 6시 반쯤이면 조반을 들게 된다. 웬일로 큰 아이가 일찍 일어났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저도 이제 일찍 일어나서 아빠 식사하실 때 같이 아침을 먹어야 하겠어요. 늦잠을 자다보니 아무래도 무기력해서 안 되겠어요.”

 

라는 것이었다. 내심 반가워서

 

그것 참 잘 되었구나. 아주 큰 깨달음을 얻었는데.”

 

그러자 아내가 거든다.

 

재는 그저 치킨 먹으려고 그러는 것 뿐 이라구요.”

 

아니에요. 엄마. 비록 작심삼일이 될지라도 정말 그렇게 생각했단 말이에요.”

 

이런 기회를 놓칠 내가 아니다.

 

그래, 잘 생각했다. 삼일마다 작심하면 작심삼일이 결국은 제대로 습관으로 자리 잡게 될 꺼야. 열심히 해보렴.

그리고 앞으로 말한 대로 실천하지 하지 않으면 네 엄마 말씀대로 너는 치킨 때문에 그랬다는 오해를 불식시키지 못할 거야. 그런 놀림을 당해서야 쓰나.”

 

우리 셋은 너나할 것 없이 킬킬 거리며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러한 조소(朝笑, 朝騷)를 아는지 모르는지 작은 아이는 여전히 달콤한 아침잠에 푹 빠져 있었다.

 

오늘 아침. 시간이 되었는데 큰 아이가 일어날 생각을 안 한다. 아이를 깨웠더니 어젯밤 늦게 잤느니, 어쨌느니 일어나고 싶지 않은 핑계를 댄다.

 

. 결국 엄마 말씀이 맞았구나. 어제는 치킨을 먹으려고 일찍 일어났던 게로군.”

 

아이는 졸린 눈을 부비며 일어나 세수하러 갔다. 이미 스스로 한 말을 돌이키기는 어렵게 되지 않았는가? 당분간 나의 압박은 계속될 전망이다.


'지평생각 > 페이스북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만절향(晩節香)  (0) 2016.05.27
영적인(景跡人)  (0) 2016.05.26
만우절과 어머니  (0) 2016.04.01
만우절과 달력  (0) 2016.04.01
언요행척(言堯行蹠)  (0) 2016.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