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킨 때문이 아니야
어제 일어난 일이다. 출근 관계로 오전 6시 반쯤이면 조반을 들게 된다. 웬일로 큰 아이가 일찍 일어났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저도 이제 일찍 일어나서 아빠 식사하실 때 같이 아침을 먹어야 하겠어요. 늦잠을 자다보니 아무래도 무기력해서 안 되겠어요.”
라는 것이었다. 내심 반가워서
“그것 참 잘 되었구나. 아주 큰 깨달음을 얻었는데.”
그러자 아내가 거든다.
“재는 그저 치킨 먹으려고 그러는 것 뿐 이라구요.”
“아니에요. 엄마. 비록 작심삼일이 될지라도 정말 그렇게 생각했단 말이에요.”
이런 기회를 놓칠 내가 아니다.
“그래, 잘 생각했다. 삼일마다 작심하면 작심삼일이 결국은 제대로 습관으로 자리 잡게 될 꺼야. 열심히 해보렴.
그리고 앞으로 말한 대로 실천하지 하지 않으면 네 엄마 말씀대로 너는 치킨 때문에 그랬다는 오해를 불식시키지 못할 거야. 그런 놀림을 당해서야 쓰나.”
우리 셋은 너나할 것 없이 킬킬 거리며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러한 조소(朝笑, 朝騷)를 아는지 모르는지 작은 아이는 여전히 달콤한 아침잠에 푹 빠져 있었다.
오늘 아침. 시간이 되었는데 큰 아이가 일어날 생각을 안 한다. 아이를 깨웠더니 어젯밤 늦게 잤느니, 어쨌느니 일어나고 싶지 않은 핑계를 댄다.
“음. 결국 엄마 말씀이 맞았구나. 어제는 치킨을 먹으려고 일찍 일어났던 게로군.”
아이는 졸린 눈을 부비며 일어나 세수하러 갔다. 이미 스스로 한 말을 돌이키기는 어렵게 되지 않았는가? 당분간 나의 압박은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