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현관문을 열어보고 밖을 바라보는 체하며 아내에게 말을 걸었다.
“오늘 눈 온다고 그랬오?”
그러자 아내가 대뜸 하는 말이
“눈은 무슨...”
'웬 눈이 이렇게 많이 왔지?'하고 할 작정이었던 준비한 멘트는 눈 녹듯이 사라졌다.
“어여, 3월 달 달력이나 떼세요.”
정직하게 살아가는 이들이 하루쯤 거짓말을 하며 즐길 만한 날이 바로 오늘, 아내를 놀리려다 그만 일언지하에 그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출근할 때에 어머니께 전화를 드려야 한다. 이번에는 8순이 넘은 노인을 대상으로 다시 한 번 작전에 돌입하기로 하고 한발을 뺄 수밖에 없다. 어디 일승일패가 단지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일 뿐 이랴. 그것은 김가(金家)에게도 틀림없이 적용될 유구한 전통이 되고 있음에랴.
내가 오늘 만큼은 국회의원 출마자들의 거짓말을 충분히 포용해줄 작정이다. 그러나 내일부터는 아니다. 오늘 내가 거짓을 할 수 있으니 다른 사람이 하는 것도 이해하려니와 내일부터는 나 스스로 거짓말하는 것도 용납하지 않을 터이니 어디 함부로 거짓을 일삼는 자들이 세상을 시끄럽게 하는 것을 보아주겠는가? 공자가 말씀하지 않았던가? 자기가 하고자 하지 않는 것은 남에게도 베풀지 말라고...[己所不欲 勿施於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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