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생각/페이스북의 글

유맥(流麥)

지평견문 2016. 5. 31. 08:35


후한(後漢) 때 고봉(高鳳)이라는 사람이 살았다. 그는 어려서 서생(書生)이 되었고, 가업으로는 농사를 지었다. 그는 오로지

독서에 열중하며 게을리 하지 않아 낮이고 밤이고 간에 그칠 줄 몰랐다. 일찍이 그의 처가 밭에 가면서 뜰에 널어 말리는 보리

를 고봉으로 하여금 닭이 쪼아 먹지 않도록 지키게 하였다.

 

마침 하늘에서 폭우가 내렸건만 고봉은 독서에 열중하느라 세찬 빗물에 보리가 떠내려가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처가 밭에서

돌아와 보니 기가 찰 노릇이었다. 처는 도대체 그게 어찌된 일인가 고봉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고 그제야 고봉은 비에 보리가

떠내려간 사실을 알았다. 이 정도면 고봉은 부인에게 고봉으로 밥 얻어먹기는 어렵지 않았겠나 싶다.

 

여기에서 유맥(流麥)이라고 하면 공부에 전념하여 여념이 없음을 이르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 고봉이야 어쩔 수없이 그의 처

에게 미안하기 그지없었겠지만 우리는 과연 고봉처럼 그렇게 열심히 공부한 적이 있었는가하고 한번쯤 돌아볼 일이다. 고봉

의 이야기는 어린 시절 마당에 멍석을 깔고 벼를 말리며 닭을 쫓던 추억과 함께 열심히 공부해야 하겠다는 점을 동시에 생각하

게 한다.

 


'지평생각 > 페이스북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자를 쓰고 안 쓰고의 차이  (0) 2016.06.17
시수하 개구와(柿樹下開口臥)  (0) 2016.06.15
만절향(晩節香)  (0) 2016.05.27
영적인(景跡人)  (0) 2016.05.26
치킨 때문이 아니야  (0) 2016.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