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한(後漢) 때 고봉(高鳳)이라는 사람이 살았다. 그는 어려서 서생(書生)이 되었고, 가업으로는 농사를 지었다. 그는 오로지
독서에 열중하며 게을리 하지 않아 낮이고 밤이고 간에 그칠 줄 몰랐다. 일찍이 그의 처가 밭에 가면서 뜰에 널어 말리는 보리
를 고봉으로 하여금 닭이 쪼아 먹지 않도록 지키게 하였다.
마침 하늘에서 폭우가 내렸건만 고봉은 독서에 열중하느라 세찬 빗물에 보리가 떠내려가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처가 밭에서
돌아와 보니 기가 찰 노릇이었다. 처는 도대체 그게 어찌된 일인가 고봉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고 그제야 고봉은 비에 보리가
떠내려간 사실을 알았다. 이 정도면 고봉은 부인에게 고봉으로 밥 얻어먹기는 어렵지 않았겠나 싶다.
여기에서 유맥(流麥)이라고 하면 공부에 전념하여 여념이 없음을 이르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 고봉이야 어쩔 수없이 그의 처
에게 미안하기 그지없었겠지만 우리는 과연 고봉처럼 그렇게 열심히 공부한 적이 있었는가하고 한번쯤 돌아볼 일이다. 고봉
의 이야기는 어린 시절 마당에 멍석을 깔고 벼를 말리며 닭을 쫓던 추억과 함께 열심히 공부해야 하겠다는 점을 동시에 생각하
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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