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하며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다. 오늘은 안성 장날이기에 당연히 장에 가셨으리라 지레 짐작하고
“장에 가셨어요?”
하고 여쭈어 보았다. 그랬더니 예상과 달리
“아니? 추워서 안 갔어. 그리고 이제 팔만한 것도 없어 두 달은 공치게 됐어.”
라고 말씀하셨다. 참 한 치도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나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답변이셨다. 그렇다고 애시 당초
그냥 넘어갈 내가 아니지 않는가?
“게이트볼 치신다구요?”
“아니, 공친다니까.”
“글쎄, 공치신다고 하셨지 않아요? 어머니가 치실 줄 아는 게 게이트볼 밖에 더 있어요?”
마치 청문회에 나온 증인을 대하듯이 몰아치며 여쭈어 보았더니 결국 어머니께서도 킬킬 웃으시며
“그래, 그래..”
하신다. 금방이라도 눈발이 쏟아질 것 같은 날씨만큼이나 혼미한 정국이다.
'지평생각 > 페이스북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234박수 (0) | 2016.12.10 |
---|---|
내일 아침은 아직 안 먹었다 (0) | 2016.12.08 |
백성은 귀하고 임금은 가볍다 (0) | 2016.12.07 |
공은 공이고 사는 사다. (0) | 2016.12.02 |
좌고우면하지 않겠다는 박영수 특별검사 (0) | 2016.12.01 |